현직 판사 "법 해석·단순 법률 위반은 재판소원 대상 되면 안 돼"

기사등록 2026/06/17 10:38:02 최종수정 2026/06/17 11:20:23

이인호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 논문에서

獨 연방헌법재판소 사례 비교한 뒤 지적

절차·법해석 쟁점 재판소원 다수 심리 중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 중인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했다. 재판소원 허용법은 대법 상고심 등을 통해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기본권을 침해했을 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은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6.02.1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현직 판사가 "재판소원의 심사범위가 단순한 법률 위반이나 법률해석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로 확장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논문을 게재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절차 위반이나 법률 해석의 타당성을 문제 삼는 재판소원 청구를 다수 정식 심리에 부쳐 들여다보는 중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인호 서울중앙지법 판사(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 겸임·변호사시험 1회)는 최근 한국법학원 학술지 '저스티스' 5월호에 실린 '재판소원의 심사범위 : 독일의 논의를 중심으로'에서 "재판소원이 초상고심이나 추가 심급으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심사 범위에 관한 논의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논문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 심사 범위가 정립되는 과정을 살폈다. 기준으로 거론되는 것이 1964년 헤크(Heck) 결정이다. 독일 헌재는 "절차의 구성, 사실관계의 확정과 평가, 일반법의 해석 및 그 개별 사건에의 적용은 전적으로 관할권을 가진 법원의 고유한 임무"라고 판시했다.

그는 "법원의 법률 해석이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을 간과하거나 본질적으로 오해한 경우, 즉 기본권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거나 해석의 출발점 자체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개입이 허용되는 것"이라고 봤다.

이 판사는 이런 관점에서 한국도 재판소원의 심사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 헌재법 68조 3항 3호다.

이 판사는 "해당 요건은 해석 주체의 판단에 따라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각 재판관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할 위험을 내포한다"며 "이를 제한 없이 적용할 경우 사실상 제4심으로 기능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률이 신체의 자유와 결부된 적법절차원칙이나 재판청구권을 직접 구체화하는 규범인 경우에 한해 충족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헤크 공식에 따르면 단순한 법률 해석의 타당성에 대한 이견이나 결론의 오류만으로는 이를 충족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어 "이런 제한적 해석을 통해서만 재판소원이 헌법재판으로서의 본래적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법원의 재판기능과의 균형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68조 3항 2호)' 요건도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의) 단순한 절차상 하자로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우까지 기본권 침해로 평가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재판청구권을 핵심으로 하는 절차적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경우 재판소원의 사유가 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상고심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3월 재판소원 도입 이후 이달 9일까지 접수된 877건 중 8건의 청구를 전원재판부 심판에 회부했다.

대다수는 절차적 문제가 쟁점이다. 3건은 항소이유서를 40일 이내 내지 않아 항소를 각하한 결정이 대상이다. 지난해 3월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도입됐는데, 헌재는 이 제도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도 심사한다.

다른 2건도 법원의 법률 해석을 다툰다. 재건축조합 무상 양도 대상인 '현황도로'의 의미를 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65조, 피고인에게 압수수색 영장 사본 교부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118조의 해석이 각각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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