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금 옮기는 중앙은행들…"불확실성에 직접 보관"

기사등록 2026/06/17 12:18:24 최종수정 2026/06/17 13:34:24

중앙은행 19% 국내 시설 확대하거나 해외 장소 변경

양대 금 거래 허브, 런던·뉴욕 비중 낮아지는 추세

지정학·경제적 불확실에…금 접근성 확대 움직임

[서울=뉴시스] 중동 전쟁 여파로 금 가격이 급락한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 등 금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6.17.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관 장소를 다변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접근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인용한 세계금협회(WGC) 조사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약 19%가 지난 1년간 국내 보관시설을 확대하거나 해외 보관 장소를 다변화했다. 전년(7%)보다 약 12%p 증가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76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응답 기관의 7%가 국내 보관시설 확대를, 9%는 해외 보관 장소 추가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세계 금 거래 양대 허브인 런던과 뉴욕에 보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영란 은행에 금을 보관한다고 응답한 기관은 전년 대비 7%포인트 감소한 57%였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지위 자체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 금 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은 약 2000억 달러이며, 영란은행의 5월 말 기준 총 금 보유량 역시 1년 전보다 약 8.6% 증가했기 때문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금을 보관한다고 답한 응답 기관은 14%로 전년(17%)보다 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국제결제은행(BIS)에 금을 보관한다고 답한 비율은 소폭 증가했다.

FT는 프랑스가 최근 가장 큰 규모로 금을 옮겼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관하던 금 129톤을 회수, 현재는 모든 금을 국내에서 보관하고 있다.

인도 역시 최근 3년 동안 금괴 대부분을 본국으로 옮겨, 해외 금 비중이 2023년 3월 55%에서 올해 22%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울=뉴시스] 중동 전쟁 여파로 금 가격이 급락한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 등 금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6.17.

세계금협회의 중앙은행 부문 글로벌 책임자 샤오카이 판은 "지정학적 우려와 언제든 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이러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며 "오랫동안 존재해 온 우려지만 최근 중앙은행들이 이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미국의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이유로 금 보관 장소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해 중앙은행 대상 금 보관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올해 안에 장외 결제 시스템과 중앙은행 전용 금고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정학·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도 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중앙은행의 연평균 금 매입량은 약 1000톤으로, 직전 10년 평균인 약 500톤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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