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인사 폭·폐쇄적 조직문화 지적
소방위 4배 증가…두터워진 계급체계
음주 강요·갑질 의혹…자성 목소리도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직장 내 괴롭힘과 음주 강요 의혹 속에 숨진 광주 여성 소방공무원 사건을 계기로 광주소방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광주지역 전·현직 소방공무원들에 따르면 소방 조직은 화재·구조·구급 현장에서 생명을 걸고 활동하는 특성상 강한 결속력과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유지해 왔다. 다만 현장에서 필요한 상명하복 문화가 평상시 조직 운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위계적 분위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유족과 소방노조는 지난해 숨진 광산소방서 소속 고(故) A소방교가 생전 상급자의 술자리 참석 요구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해 의혹을 받는 상급자 중 한 명이 고인 사망 3개월 전 내부 익명 신고 시스템인 '레드휘슬'에 이미 신고됐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조직 내부 견제 장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일선 현장과 퇴직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음주 중심 회식 문화와 강한 위계질서, 내부 문제 제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한 현직 소방관은 "재난 현장에서는 신속한 지휘와 복종이 필수적이지만 그 문화가 일상 업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상급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광주소방 특유의 인사 구조도 폐쇄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남의 경우 22개 시·군 소방서와 지역대 등으로 인사 범위가 넓지만 광주는 5개 소방서를 중심으로 운영돼 인사 이동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갈등이나 문제 제기가 발생하더라도 조직과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고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가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특수부대 등 군 출신 인력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군 조직에서 형성된 선후배 관계와 위계 문화가 일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방 조직 특성상 현장 대응을 위해 강한 지휘 체계가 요구되지만, 이러한 문화가 평상시 조직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 고발 시스템의 한계도 지적된다.
실제 일부 소방관들은 레드휘슬 역시 좁은 조직 구조 탓에 신고자가 특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재난 현장에서 형성된 강한 결속력이 내부 문제 제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조직 내부의 치부를 알리면 배신자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방관은 "감사가 시작되면 누가 신고했는지 금방 짐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광주는 인사 순환 범위가 좁아 한 번 형성된 관계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부당한 일을 겪어도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전했다.
계급 구조 변화도 눈길을 끈다.
광주소방안전본부 정·현원 자료를 보면 현원 기준 소방사는 2016년 402명에서 올해 190명으로 감소했고 소방교 역시 348명에서 246명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방위는 97명에서 402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고 소방경은 88명에서 228명, 소방령은 35명에서 56명으로 늘었다.
현장 실무를 담당하는 하위직 비중은 줄어든 반면 중간관리자 계층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일선에서는 하위직 상당수가 승진하면서 조직 내 위계가 더욱 촘촘해졌고 계급 중심 문화 역시 이전보다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소방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된 배경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지만, 상급자로부터 술자리 참석과 노래방 동석 등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조직문화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공감대도 확산하고 있다.
한 간부급 소방관은 "상명하복식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돼 왔지만 일부 조직에는 여전히 과거 문화가 남아 있다"며 "이번 사건을 특정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인사 구조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산소방서 소속 고(故) A소방교는 지난해 10월 전남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국무조정실은 직장 내 괴롭힘과 음주 강요, 감찰 요구 묵살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도 관련 진정을 접수하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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