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란 버티자 美·러 군사력 한계 노출
값싼 드론·정밀무기 확산에 강대국 우위 흔들
美·러 고전 지켜보는 中…대만 침공 셈법도 복잡해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모두 빠른 전략적 승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군사력과 압박을 앞세워 국제질서를 바꾸려 했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강자는 원하는 대로 하고 약자는 당할 수밖에 없다”는 오래된 명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란이다. 미국은 장거리 정밀무기를 대거 투입하고 이란 지도부 상당수를 제거했지만, 성직자 중심의 이란 체제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속하고 있고,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여 전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했고, 지난해 8월 알래스카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와 조율한 구상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넘기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전선을 버티는 데 그치지 않고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타격을 확대하며 전황을 일부 되돌리는 성과도 내고 있다.
강대국이 고전하는 배경에는 드론과 값싼 정밀미사일의 확산이 있다. 과거에는 막대한 군사비를 쓰는 강대국이 압도적 우위를 가졌지만, 이제는 중견국이나 약소국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상대의 핵심 시설과 병참망을 위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염두에 뒀던 식의 전쟁 방식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 나라 국민이 싸울 의지와 버티는 힘을 갖고 있으면, 힘의 격차가 있어도 정복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오노 아이헬스하임 네덜란드 국방총장도 현대전에서 무력만으로 정권교체를 달성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첫 2주 안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교착 상태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강대국의 한계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수했고, 미국과 소련은 각각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를 경험했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역시 성공과 실패가 엇갈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WSJ은 과거와 지금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강대국이 일단 정규전에서 승리한 뒤 장기 게릴라전과 국내 여론 악화로 철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지금은 러시아군이 4년 넘게 키이우를 점령하지 못했고, 미국도 막대한 미군 사상자를 우려해 이란 지상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도 강대국이 고전하는 이 전쟁 양상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할 수 있는지, 또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이란의 사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방부 산하 안보협력센터장을 지낸 저우보 칭화대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러시아가 세계 2위 군사강국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미국과 러시아가 모두 전쟁에 발목이 잡혀 있고 그 전쟁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현대 드론전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대만의 상황은 우크라이나와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의 전직 유엔대사 빌라하리 카우시칸은 “우크라이나의 교훈은 민주국가라서 자동으로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인들이 먼저 스스로를 도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도울 의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이런 변화 속에서 캐나다와 유럽,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군사·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치학자 니콜라 텐저는 “중견국들이 단결하면 강대국의 일방적 압박을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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