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실거주·토허제 총동원…'영끌·갭투자 차단' 성과
공공주도 공급 강한 신호…안정적 빠른 공급 과제로
하반기 세제 강화 정책과 금리인상 기조 최대 변수로
금리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매수 심리 위축
이재명 정부는 2022~2023년 집값 하락기를 지나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 압력이 커지는 시기에 출범했다. 여기에 고금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격으로 2022년 이후 급감한 착공 물량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본격 나타나기 시작했다.
출범 당시인 지난해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한국부동산원 집계)은 0.19% 상승 출발해 문재인 정부(2017~2022년) 당시 고점을 뛰어넘는 지역들이 속출했다. 일부 지방 중소도시까지 집값이 정점을 갈아치우는 흐름은 확산했다.
이에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의 신규 주담대를 전면 금지했다. '고액 영끌' 대출이 서울 집값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판단 아래 내놓은 전례 없는 고강도 대출 규제란 평가가 나왔다.
6·27 대책 약발이 사그라지던 시점 '9·7 대책'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수도권 135만호 공급 계획과 공공택지 확대,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10·15 대책'도 연이어 발표하며 압박을 더했다.
올해 들어서는 수도권 6만호 공급을 담은 '1·29 대책'을 내놓으며 명확한 공급 신호와 함께 정부의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줬다. 정부는 공공주도 공급을 통해 시장 안정과 주거 사다리 복원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 기조가 과도한 대출을 억제하고 시장 과열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부동산에 집중됐던 자금 흐름을 금융투자 등으로 분산시키는 데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활발한 SNS도 부동산 시장을 기민하게 움직이게 한 동력이 됐다. 특히 부동산 투기 근절과 다주택자 세금 규제 등 고강도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하면서 집값 상승세를 억누르는 효과를 거뒀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전문가와 공인중개사들의 절반 가량이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며 "부동산 불패? 이제 그런 신화는 없다"고 적은 것이 대표적이다.
양홍석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기획실 수석연구원은 최근 간행물을 통해 "민감한 부동산 정책 메시지를 국민에게 직접·즉각적으로 전달해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장에 명확한 방향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동안 나타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앞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향후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국민들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긍정 보다는 부정 평가가 많다.
뉴시스가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9~20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에게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은 결과 긍정 평가가 43.0%, 부정 평가가 47.4%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6%였다.
긍정 평가는 강북서권(47.8%), 여성(45.4%), 50대(56.5%), 민주당 지지층(83.5%)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부정 평가는 강남동권(59.2%), 남성(51.0%), 30대(54.0%), 국민의힘 지지층(87.9%)에서 높게 나왔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2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비아파트 공급 대책을 내놨다. 우선 내년까지 수도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주도로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하고, 특히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에 이중 6만6000호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도시형생활주택(도생) 규제를 풀어 민간의 비아파트 공급을 유도해 내년까지 4만1000호, 2030년까지 총 11만호를 짓는 계획도 제시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도시지역에 전용면적 85㎡ 이하, 300세대 미만으로 짓는 단지형 연립·다세대주택인데,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 세대수와 층수를 키우고 주차장 설치 기준도 완화하는 것이다.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매입임대의 경우 LH의 토지확보 지원금의 토지비 비율을 80%까지 높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대출 보증도 확대한다. 도시형생활주택 주택기금 사업자대출 역시 전용 60㎡ 이하, 전용 60~85㎡에 대해 대출 한도를 높이고 금리를 낮췄다.
도심 공실 상가와 오피스를 원룸, 오피스텔로 용도전환해 2030년까지 3만3000호 이상 공급하고, 지식산업센터도 내년까지 한시로 오피스텔 전환을 허용하는 등 비주택 리모델링도 추진한다.
정부는 민간 업계의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유도하며 현장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빌라(연립·다세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은 6개월에서 1년 사이 단기간에 지을 수 있어 착공부터 공급까지 3~5년이 걸리는 아파트보다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다.
비아파트 공급은 시장에 공급 신호를 줘서 심상치 않은 전셋값 오름세를 낮추는데는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5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25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26% 상승으로 전주(0.29%)보다 0.03%p 하락했지만, 매매가격 상승폭(0.25%)을 웃돌았다.
양지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비아파트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이 도심 내 직주근접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다"며 "비아파트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전세 사기 우려를 공공 매입임대 사업이 해결함으로써, 수요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공급을 확대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안정을 위해 꾸준히 주택을 공급하되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전월세 문제를 대체할 수 있는 비아파트 공급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주택 수로 규제하는 정책을 지양하고 민간과 공공이 동시에 주택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는 정부의 세제 강화 정책과 금리 인상 기조가 꼽힌다.
정부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와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보유 부담을 높여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방향의 정책 기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하반기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는 기준금리 인상도 부동산 시장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연 2.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통화긴축 기조의 필요성이 있음도 예고했다. 특히 신현송 한은 총재는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해 7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대출에 의지해 주택을 사는 부동산 시장 성격상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집주인 역시 금리 부담에 급매를 내놓게 된다. 여기에 수요자의 구매력 악화로 거래가 줄어들면서 집값이 조정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실제 금리가 오르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21년 당시 연 2~3%대 혼합형(5년) 주담대를 받은 '영끌' 차주는 금리 재산정시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예컨대 당시 연 2.3%로 주담대 5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을 빌렸다면 월 상환액은 약 192억원이다. 하지만 금리 재산정으로 6%가 적용되면 매월 내야할 돈이 299만원으로 100만원 넘게 늘어나게 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56%에 달한다. 금리가 집값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가뜩이나 주택이 투자상품화되면서 통화량이나 금융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 금리를 올리면 공급이 전부가 아닐수 있다"며 "공급이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을 판단할 때는 금리와 유동성 등 다른 변수들도 함께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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