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카드 없다"던 우크라 반전…韓과 함께 중동 방산 대안으로 떴다

기사등록 2026/05/24 12:22:21 최종수정 2026/05/24 12:51:25

걸프국가 돌며 드론 요격 기술 시연…투자·공동생산 논의

WSJ "우크라, 안보 소비자서 기여자로 전환"

[서울=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회담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동 국가에 드론 기술 역량을 제공하는 대신 방공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t 사진은 젤렌스키 대통령 엑스(X) 영상 갈무리. 2026.03.27.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협상 카드가 없다”는 압박을 받았던 우크라이나가 드론전 기술을 앞세워 미국과 중동, 유럽이 찾는 안보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밀리고 미국 지원에 의존하던 우크라이나가 이란 전쟁 이후 드론전 경험을 앞세워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당신은 카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앵커리지 회담 뒤에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북부의 요새화된 도시 지대를 러시아에 넘기도록 압박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처지는 불안했다. 러시아군은 전장에서 계속 전진했고, 우크라이나의 전쟁 자금도 부족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부각시켰다.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벌이면서, 러시아의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4년 가까이 상대해온 우크라이나의 경험이 세계 안보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달 동안 걸프 지역 국가들과 접촉을 넓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걸프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우크라이나군 약 200명을 보내 드론 요격 기술을 시연했다. 투자와 공동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방에서 하르티아 여단 소속 병사가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드론을 띄우고 있다. 2026.05.21.
우크라이나는 올해 초 유럽 각지에 드론 제조 공장도 세웠다. 마리아나 베차 우크라이나 외무차관은 WSJ에 “우크라이나를 단순한 지원 수혜국, 안보 소비자로 보던 시각에서 안보 기여자로 보는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매일 수천 대씩 생산되는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의 병력 우위를 상쇄해왔다. 러시아군의 진격은 대부분 정체됐고, 우크라이나산 드론과 미사일은 러시아 본토의 에너지 시설과 수도 모스크바 주변까지 타격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가치는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주둔 미군 수천 명 철수를 지시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도 거론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현대전에서 어떻게 싸우고 방어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나라는 우크라이나”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전쟁은 우크라이나에 부담도 안겼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패트리엇 등 미국산 요격미사일이 대거 소모되면서, 우크라이나에 공급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

국제 유가 상승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일부 제재 완화도 러시아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도록 러시아 석유 항만과 송유관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즈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미·우크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5.12.29.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에너지 시설 피해가 커질 경우 러시아가 전력망 등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 중단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WSJ는 러시아군이 매달 3만 명 이상을 잃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신규 병력 모집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서방 정보당국의 추산도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자신감은 미군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미군은 중동에서 이란제 샤헤드 드론 대응에 어려움을 겪은 뒤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요청했다. 올렉산드르 카미신 젤렌스키 대통령 방위산업 담당 고문은 우크라이나가 이제 샤헤드 드론의 97%를 격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델타 전장관리 체계도 주목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드론, 센서, 위성 등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통합해 실시간 지휘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역량을 여러 차례 낮게 평가해왔다. 그러나 미 중부사령부의 브래드 쿠퍼 사령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미국인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 우크라이나의 전술과 절차를 상당수 받아들였다”며 “우리의 모든 파트너가 어떤 방식으로든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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