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믿고 '선매수'…동탄 20억 시대 열려[르포]

기사등록 2026/05/21 21:15:07

삼성·SK 3040 매수세 유입…1분기 거래량 112%↑

동탄 '롯데캐슬' 20억 신고가…대장주 매물 씨말랐다

3배 벌어진 집값 양극화…지선 이후 '토허제' 촉각

[서울=뉴시스] 심재민 인턴 기자 = 동탄역 인근 우남퍼스트빌 정류장에서 '동탄2신도시1차 조기퇴근' 셔틀버스를 탄 삼성전자 직원들이 내리고 있다. 2026.05.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심재민 인턴 기자 = "최근 16억원대 아파트를 계약하려는 1990년대생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은 삼성전자, 아내는 SK하이닉스 직원이었습니다. 집값이 비싸도 반도체 호황에 맞벌이까지 겹치니 자금 여력이 충분한 거죠."(동탄역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20일 뉴시스 취재진이 찾은 동탄 우남퍼스트빌 정류장 앞.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출발한 퇴근 셔틀버스가 도착하자 직원들이 하나둘 내려 동탄역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날 저녁 삼성전자 노사는 사업 성과의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내용의 보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올해 최대 6억원(세전)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성과급 지급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근무하는 30·40대를 중심으로 동탄 부동산 시장의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GTX-A 개통과 반도체 클러스터 배후 수요까지 더해지며 매물은 빠르게 소진되고, 호가도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는 분위기다.

◆거래량 2배 뛰고 20억 신고가…숫자로 확인된 동탄 열기

현장의 분위기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기준 올해 화성 동탄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3.97%로,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3.42%)을 웃돌았다.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탄신도시 대장주로 꼽히는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 7일 20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달 10일 19억4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최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동탄에서 국민평형이 20억원을 넘어선 것이 이 거래가 처음이다.

매수세 확대는 거래량 증가와 매물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탄신도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28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76건)보다 112% 증가했다. 반면 아파트 매물은 4791건으로 한 달 만에 17.4% 감소했다. 매수세가 매물을 빠르게 소화한 데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심재민 인턴 기자 = 화성시 동탄구 여울동 '동탄역롯데캐슬' 전경. 2026.05.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이닉스가 불붙이고 삼성전자가 가세

현장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 지급에 따라 매수세가 차례대로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탄역 인근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성과급 규모가 일찍 확정되면서 직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먼저 움직이며 10억원 미만 아파트를 많이 매입했다"며 "이후 삼성전자 역시 노사 협의가 가시화된 지난달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시장 분위기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현금 여력이 부족해도 우선 매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먼저 집을 매수한 뒤 성과급으로 대출 일부를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젊은 매수자들이 많다"며 "이미 계약까지 마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심재민 인턴 기자 =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프리스티지' 아파트와 인근 중개사무소. 2026.05.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줄어든 '우포한' 매물…상급지 갈아타기 움직임도

동탄의 대표 단지로 꼽히는 이른바 '우포한(우남·포스코·한화)'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 감소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C 중개사무소 관계자는"국민평형인 전용 84㎡는 호가가 17억원 수준인데, 그마저도 매물이 거의 없다"며 "인근 롯데캐슬은 사실상 시장에 나온 물건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화부동산 관계자도 "84㎡ 이하 중소형 평형은 대부분 소진된 상태"라며 "리베라CC 조망이 가능한 대단지의 경우 신혼부부를 비롯한 30·40대 실수요가 몰리면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과 상급지 이동 수요도 감지된다. 동탄 내 고가 아파트를 처분한 뒤 자녀 교육 환경 등을 고려해 분당·판교·수지 등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다.

인근 D 중개사무소 대표는 "동탄 내에서 갈아타기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시세 차익을 실현한 뒤 수지나 분당, 서울 등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매도 문의도 꾸준하다"며 "다만 판교와 분당 역시 가격이 크게 오르고 매물도 줄어 진입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극화 우려와 토허제 가능성도 변수

시장 분위기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단기 급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동탄 내에서도 역세권과 외곽 지역 간 가격 격차가 커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정부 규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서다.

D 중개사무소 대표는"상승 폭만 놓고 보면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요건은 충족했다고 본다"며 "지방선거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 역시 "정치 일정 이후 어떤 규제가 나올지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올해 안으로 주변 대규모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단기간 내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이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교섭 결과 브리핑에서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5.20.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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