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여파로 석유화학 원료 조달 불안
지정 봉투 대신 투명·반투명 봉투 허용 지자체 늘어
플라스틱·포장재 가격 인상 압력도 커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1일 "나프타 공급 부족 우려로 일본 각지에서 지정 쓰레기봉투가 품귀를 빚고 있다"며 "일부 지자체가 지정 봉투가 아닌 투명·반투명 봉투 사용을 임시로 허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정 쓰레기봉투는 주로 폴리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기초 화학 원료다. 나프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제품으로 가공된 뒤 비닐봉투,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 잉크, 도료 등 생활용품과 산업 자재 전반에 쓰인다.
품귀 현상은 실제 공급 중단보다 불안 심리가 먼저 키운 측면이 크다. 중동 정세 악화로 나프타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소비자들이 쓰레기봉투를 평소보다 많이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즈오카현의 한 유통 매장에서는 한 달 전부터 지자체 지정 쓰레기봉투 판매량이 전년 대비 최대 1.8배까지 늘었다. 일부 매장은 1인당 구매 수량을 2개로 제한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봉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시즈오카시와 군마현 이세사키시 등 일부 지자체는 지정 봉투가 아닌 일반 투명·반투명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지정 외 봉투 사용을 허용한 지자체는 약 20곳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는 필요 이상의 구매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공급이 끊겼다기보다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사재기 심리가 품귀 현상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TV아사히는 지난 19일 "일부 지역에서 지정 쓰레기봉투가 품귀 상태가 됐다"며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사재기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부담도 커졌다. 나프타를 원료로 비닐과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초 화학제품인 에틸렌 생산 설비 가동률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일본 내 에틸렌 생산 설비 가동률은 67.3%로, 199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나프타 수급 불안이 쓰레기봉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포장재, 식품 용기, 랩, 인쇄용 잉크, 도료, 단열재 등 여러 산업과 소비재에 폭넓게 쓰인다. 이미 일본 유통업계에서는 일부 편의점과 슈퍼마켓이 플라스틱 뚜껑이나 투명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등 대체재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원료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는 공급 불안 진화에 나섰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중동 이외 지역에서 나프타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며 "일본 전체 수요를 내년 초 이후까지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