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 금리인하 기대 후퇴
“2022년 인플레 악몽” 떠올린 시장, 연준 인상 가능성 반영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최근 몇 주간 이어진 국채 매도세가 더 거세지면서 전 세계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고, 강하게 이어지던 미국 증시 랠리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은 오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각종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4.687%까지 올라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 미 국채금리도 5.2% 부근까지 치솟으며 18년 만의 최고치를 새로 썼다.
금리 상승 부담 속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사흘 연속 하락했다. 기술주와 산업주는 이번 주 들어 각각 1.5% 넘게 밀렸다.
이번 국채 매도세의 핵심 배경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다.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유가는 전쟁 전보다 약 60%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불안을 키운다. 국채금리는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 만기 동안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어느 수준에 머물지를 반영하는데,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자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를 접고 연준의 연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뀐 데에는 전쟁 장기화 우려도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이란과의 휴전을 발표한 뒤 한동안 투자자들은 양측이 합의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란이 봉쇄를 이어가고, 미국도 이란 항구와 선박을 겨냥한 금수 조치로 맞서면서 협상 기대가 약해졌다.
투자자들이 더 예민해진 배경에는 2022년의 기억도 있다. 2021년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때도 시장은 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성에 묶여 있었지만, 연준은 이듬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4%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역사적인 채권 매도세가 벌어졌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022년에 대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일시적 충격으로만 보고 넘기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 장기 국채금리는 정부가 에너지 가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더 많이 빌리고 더 많이 쓸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최근 급등했다. 영국 국채금리도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리더십 도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랐다. 투자자들은 새 지도부가 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 금리가 뛰면 미국 금리도 함께 밀려 올라갈 수 있다. 투자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더 높은 수익률의 채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막대한 차입을 중심으로 세계가 너무 많은 채권에 짓눌리고 있다는 오래된 불안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WSJ은 금리 상승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아직 크지 않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짚었다. 최근 고용보고서에서 미국의 4월 신규 일자리는 11만5000개 늘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실업률도 4.3%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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