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많고 민원·행정 부담 커"…학생도 선생님도 힘든 '수행평가'

기사등록 2026/05/19 14:00:00 최종수정 2026/05/19 15:14:24

19일 국회서 ''공교육 평가의 역설' 토론회

민원·평가계획서·현장 괴로 정책에 '고충'

한 학기 평균 30.4개 수행평가…선행 조장도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7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6.05.07. jtk@newsis.com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객관식·암기 중심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고 학생의 성장 과정과 사고력·문제해결력을 키우고자 도입된 수행평가가 오히려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과중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행평가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평가 기준을 손보고 과제량을 현실화하는 한편, 민원과 행정 부담으로부터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공교육 평가의 역설: 수행평가, 교사·학부모, 그리고 학생이 말하다'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시각으로 분석한 수행평가의 구조적 한계와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평가계획서·민원·현장 괴리 평가 정책에 교사들 '고충'…AI로 부담↑

발제를 맡은 송수연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장(현 교사노조 위원장)과 이수영 갈매중 교사는 과도한 평가계획서 작성, 민원, 현장과 괴리된 평가 정책 등으로 현장 교사들이 수행평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올해 3월 중등교사노조가 전국 중등교사 2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등 평가 정책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에 따르면 93.0%가 평가계획서의 분량과 구성이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느끼는 교사는 67.4%에 달했다.

3월 초에 평가계획서를 제출해야 해 학생의 교육적 요구와 특성에 맞춘 수업·평가 설계도 사실상 어렵다는 한계도 함께 제기됐다.

평가 관련 민원과 분쟁 발생 시 그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전가된다는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체 응답 교사의 99.1%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했으며, 이 중 75.4%는 '거의 보호받지 못하고 그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된다고 답했다. '지침은 있지만 실질적인 보호나 지원은 미흡하다'는 응답도 23.7%에 이르렀다.

문제 제기의 성격을 구분·처리하는 절차가 부재한 가운데, 학부모의 불만이 낮은 점수에서 비롯되다 보니 수행평가가 변별과 피드백 장치로 기능하기보다 가능한 한 많은 학생이 일정 점수 이상을 받도록 설계되는 역설적 상황도 언급됐다. 이의제기와 민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채점 기준이 지나치게 세밀해지면서 기계적인 평가로 귀결된다는 문제도 뒤따랐다.

비율 규정, 유형 의무화, 횟수 지정 방식의 평가 정책이 현장과 맞지 않아 수행평가가 '행정 항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수행평가 비율, 서·논술형 비율, 지필평가 횟수가 사전에 고정되는 구조 안에서 교과·학생 특성에 맞게 설계해야 할 교육 활동이 정해진 비율을 채워야 하는 항목으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활용이 확산하면서 교사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AI 활용 여부 판별, 금지 행위 문서화, 출처·프롬프트 확인, 구술 설명 요구, 산출 과정 관찰, 개인정보 점검까지 교사가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송 정책연구원장과 이 교사는 ▲핵심 정보 중심의 평가계획서 간소화 ▲기관 주도의 민원 대응 체계 마련 ▲교사를 전문적 행위 주체로 존중하는 정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7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답안지에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있다. 2026.05.07. jtk@newsis.com

◆한 학기 평균 수행평가 '30.4개'…내신 선행 조장 우려도

수행평가로 인한 학생 부담도 만만치 않다. 충암고 1학년이자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문성호군이 청소년 48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한 학기 평균 수행평가 개수는 30.4개였으며 '양이 너무 많다'는 응답은 66.4%에 달했다.

평가의 질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뚜렷했다. 34.9%는 '창의성보다 형식에 맞추는 것을 요구한다'고 응답했고, 34.4%는 '같은 교과라도 교사마다 기준이 다르다'고 인식했다. 외부 도움에 대한 의존도도 높게 나타났는데, '사교육이나 부모 도움을 받았다'는 학생이 52.9%, AI를 '자주 또는 거의 활용한다'는 학생은 57.1%였다.

조별 과제의 불합리함도 학생들의 주요 불만 중 하나였다. 최서우 갈매중 3학년 학생은 "지침상으로는 개별 역할 분배와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의미한 조장과 조원 분류만 있을 뿐 실질적인 역할 분배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조원 모두가 참여하지 않으면 감점되는 구조 속에서, 의욕이 없는 친구들을 억지로 끌고 가며 혼자 몇 인분을 감당해야 하는 성실한 학생들은 불합리한 희생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고 토로했다.

수행평가가 고등 내신 선행을 부추긴다는 학부모의 목소리도 나왔다. 중학교 3학년·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허린 씨는 "주변에 미리 고입을 경험한 선배 어머님들과 학생들은 입을 모아 최대한 선행을 많이 하고 오라 한다. 학기 중에 질 높은 수행평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지필 공부는 미리 끝내놓고 수행평가에 몰입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은 학부모로 하여금 사교육을 통한 선행을 강요받는 압박으로 느끼게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교육의 평가는 학생을 줄 세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수행평가 역시 교실을 더 바쁘게 만들고, 학생과 교사를 더 지치게 만드는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며 "오늘 나온 학생과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국회 교육위원회 논의와 향후 제도 개선 과제로 충실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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