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핵 문제로 한달여째 도돌이표…"파키스탄도 중재 한계"

기사등록 2026/05/19 12:06:22

'이란 핵무장 불가' 양국 해석 달라

휴전 40일째, 핵 이견에 협상 공전

美 "핵 양보 없으면 폭탄으로 대화"

[워싱턴=AP/뉴시스]미국-이란 평화 협상이 고농축 우라늄 처리 등 핵 문제 이견으로 한 달 넘게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건물에서 약가 관련 행사를 열고 연설하는 모습. 2026.05.19.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미국-이란 평화 협상이 고농축 우라늄 처리 등 핵 문제 이견으로 한 달 넘게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 공격 재개를 시사하며 속도전에 나섰으나 아직 접점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카타르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이 내게 내일(19일)로 예정돼 있던 우리의 이란 군사 공격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진지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위대한 지도자이자 동맹인 이들의 견해로는 미국은 물론 중동 모든 국가와 그 밖의 나라들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 합의에는 중요한 내용, 즉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가'가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과의 협상이 장기 교착되면서 대규모 공습 재개를 결정했으나 걸프 주요국 정상 요청을 감안해 공격을 일시 유예했으며, 특히 각국 정상에 따르면 이란 입장도 '핵무기 보유 불가'를 포함한 합의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무장 불가'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해석이 매우 다른 만큼, 양국이 핵 문제에서 단시일 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핵무장 금지' 파트와(종교 칙령)를 발표한 이래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무기급이 아닌 저수준 우라늄 농축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의 주권적 권리이며, 이를 통한 평화적 핵 이용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평화적 핵 농축을 이어가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 사찰을 받는다면 핵무장 포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최대 440㎏로 알려진 이란 내 60% 고농축 우라늄을 전량 반출하고, 우라늄 농축 자체를 최소 20년간 중단해야 핵 포기로 인정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양국은 지난달 8일(미국 시간 7일) 2주 휴전을 발표한 뒤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대면 협상, 이후 한 달여간 물밑 협상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입장차를 유지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란은 전쟁과 호르무즈 해상 대치를 먼저 끝내고 핵 협상은 뒤로 미루자는 입장을 14개항으로 정리해 지난달 28일 미국에 전달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종전 합의 단계부터 이란의 '핵 포기'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20년 중단, 60% 고농축 우라늄 미국 이전, 3대 핵시설(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 해체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희석하고 나머지를 제3국으로 이전하겠다는 답변을 보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이 합의를 깰 경우 반출 우라늄을 재회수할 수 있는 보장 조항도 요구했다고 한다.

양국은 14~15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평화 협상 재개를 타진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란은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모든 전선 적대행위 종식 ▲대(對)이란 제재 해제 ▲이란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배상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내 주권적 권리 인정 5개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핵 협상은 뒤로 돌리고 전쟁부터 끝내자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 역시 고농축 우라늄을 첫 단계에서 포기하라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미국은 ▲배상금 지급 거부 ▲고농축 우라늄 400㎏ 미국에 인도 ▲핵 시설 1개 운영 유지 ▲이란 해외 동결자산 '25%'도 해제 불가 ▲모든 전선 적대행위와 협상 연계 5개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로도 이란 측 14개항에 대한 미국의 답변, 이에 대한 이란의 재수정안 14개항이 파키스탄을 통해 바쁘게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경제 제재 완화 등 사안에서는 일부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고농축 우라늄 처리 등 핵심 쟁점에서 양국이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8일에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권은 NPT에 근거하는 것으로, 다른 누군가가 이것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며 "절대로 협상하거나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액시오스도 이날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의 새 제안에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표현이 추가됐지만, 우라늄 농축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인도 관련 약속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진척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핵 프로그램에 관한 진지하고 세부적인 논의를 원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폭탄을 통해 대화하게 될 것이며, 유감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입장 중개와 협상 재개 설득에 전력을 기울여온 파키스탄이 중재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모흐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이 테헤란을 찾아 이란 최고위 인사들을 설득 중이던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위협 입장을 냈다.

알자지라는 전문가를 인용해 "파키스탄이 양측 모두에 무시되는 선택지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며 "미국이 오만·카타르 채널을 활용하거나 파키스탄이 어느 쪽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면 그들의 역할은 주변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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