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 쟁점된 재판소원
4·5호 심판회부…같은 쟁점의 헌법소원도 심사
민사 2심, 첫 기일까지 200일…지연·남소 지적
제출 기한 지난해 3월 시행…위헌 판단 나올까
'소송 남용' 방지라는 제도 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무리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법원의 관행을 지적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가 최근 4·5번째로 전원재판부 심판에 부친 재판소원 두 건은 공통으로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놓쳐 항소각하 결정을 받은 당사자들이 제기한 사건이다.
민사, 행정소송에서는 형사소송과 달리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언제까지 내라는 기한이 없었으나, 법이 개정되며 지난해 3월부터 40일 제한을 두고 있다.
1심에서 패소한 당사자가 변호사를 다시 선임하는 등 적법한 사유가 있다면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기한을 놓치면 항소심 법원은 항소를 각하하는 결정을 하는데, 이는 재량이 아닌 의무 규정이다.
과거 제출 기한이 없을 때는 항소심 변론기일이 잡히기 전까지 구체적인 쟁점을 담은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아 심리에 차질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재판부가 변론기일을 잡으면 기일이 임박해 제출하는 일이 예삿일이었으며,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은 채로 변론을 거쳐 판결을 선고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개정 민사소송법이 시행되기 전인 2024년 민사 본안 항소심에서 소송기록 접수부터 첫 기일까지는 평균 202.2일이 걸렸다.
대법원이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접수부터 첫 기일까지는 평균 189.6일이 걸렸고, 이 중 136.6일이 첫 서면 제출까지 걸린 시간이다.
제출 기한이 도입된 것도 재판부가 조속히 쟁점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패소한 일방이 '시간 끌기' 목적으로 항소를 남용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였다.
법원행정처도 당시 "소송대리인 교체를 이유로 서면 제출 없이 변론기일 변경을 신청하거나 첫 변론이 임박해 항소이유를 기재한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등 고의적인 소송 지연이 잦다"고 동의를 표시했다.
다만 입법 당시에도 반론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이 2023년 12월 개정안에 관해 쓴 검토보고서를 보면, 단독·소액 등 민사사건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일률적인 항소 각하를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 도움 없이 항소이유서를 쓰기 어려운 당사자로서는 기한을 놓쳤다는 이유만으로 항소를 각하하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소원 심판회부 '4·5호' 사건을 청구한 당사자들도 법원의 각하 결정 전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던 만큼, 민사소송법이 정한 기한을 놓쳤다는 이유로 다퉈볼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심판회부 결정을 두고는 헌재가 입법 정책적인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 제도의 위헌성을 함께 따져보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헌재는 재판소원 사건 외에도 이미 지난달 7일과 30일 해당 제도의 근거인 민사소송법 402조의3를 상대로 제기된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사건(사건부호 '헌바') 2건을 전원재판부 심판에 부친 바 있다.
헌재가 항소이유서 제출에 기한을 정한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결정을 내놓고, 그와 함께 법원의 결정을 취소하는 일도 이론상 불가능하지는 않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가 재판소원을 통해 법원의 잘못된 법 해석과 관행을 지적함과 아울러 재판의 전제가 된 법 조항의 위헌 확인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사자가 2심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는 의사도 중요한 권리인데, 항소이유서를 늦게 냈다는 이유만으로 '너는 더 이상 항소할 자격이 없다'고 자르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형사소송과 달리 민사소송에서 재판의 신속한 종결이 재판을 청구할 권리보다 공적 이익이 더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헌재의 판단에 의문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한 현직 고등법원 판사는 "항소이유서에 요지만 쓰면 되는데 그조차도 하지 않는 사람은 항소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빨리 사건을 끝내야 원심에서 이긴 상대방이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기한을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각국에 있고 우리나라도 상고심이나 형사 항소심에 존재하는 제도인 데다, 그 기간을 형사의 20일보다 길게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출 기한 연장을 받아주지 않은 사례도 아닌 만큼 과연 이 사건이 헌법적인 쟁점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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