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신규택지 없다고?…"한강 위에 짓자" LH의 제안

기사등록 2026/05/19 05:00:00 최종수정 2026/05/19 05:05:08

LHRI, 한강 수상 주택·강변북로 상부 입체개발 파격 제안

토지비 최대 70% 절감…땅값 부담 없는 도심 혁신 주택

주소도 못 받는 물 위·허공…낡은 부동산 규제가 걸림돌

[서울=뉴시스] LHRI '땅 없이도, 집은 지을 수 있다'에서 제시한 유휴 공간을 활용한 주택 공급 가상 이미지(출처=LHRI). 2026.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서울 도심 주택 공급용 토지 부족이 심화되면서 한강 수면이나 강변북로 상부 공간을 활용한 주거 개발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18일 LH토지주택연구원(LHRI)이 발간한 보고서 '땅 없이도, 집은 지을 수 있다'에 따르면, 연구원은 서울 주택 '공급 절벽'의 대안으로 수면·도로 상부·건물 사이 틈새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한 모듈러 주택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29 대책을 통해 서울·수도권에 6만호 공급 계획을 마련했지만, 당장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의 대규모 택지 개발 방식은 지자체 협의 지연 등으로 토지 확보에만 3~5년이 걸리고,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평균 6~8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보고서는 서울 도심의 미활용 공간을 활용하는 새로운 주택 공급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전체 주택 사업비의 60~70%를 차지하는 토지 매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으로 '한강 수상 모듈러 주택'과 '간선도로 상부 입체복합개발'을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한강 수상 모듈러 주택과 강변북로 성수대교 도로상부구간 목조 OSC 중저층 주거단지 가상 이미지. (출처=LHRI) 2026.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우선 한강 수면을 활용한 수상 주택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모듈을 수로를 통해 운반한 뒤 현장에서 바로 조립·설치하는 탈현장건설(OSC) 공법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계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육상의 전력·상하수도망과 연결해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 시민들의 한강 둔치와 공원 휴식 공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공 보행로와 수상 주택 접근 동선을 분리해 쾌적성을 높이는 설계 방안도 포함됐다.

또한 도심 내 강변북로 같은 간선도로나 버스 차고지 상부 공간에는 인공 대지를 조성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상부 입체복합개발은 도로 위 공간이라는 특성상 하부의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고 기존 구조물의 하중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목조 OSC 공법'을 적용한 6~7층 규모의 중저층 주거단지 조성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구상은 이미 해외 주요 도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어반 리거(Urban Rigger)',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워터뷔르트(Waterbuurt)'가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항만 인근 공유수면 위에 모듈러 방식의 수상 주택(플로팅 하우스)을 조성해 주변 시세 대비 30~50% 저렴한 임대료를 구현했다. 토지 매입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육상 기초 공사 비용 역시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덴마크 어반리거의 해상 컨테이너를 활용한 학생 기숙사. (출처=어반리거) 2026.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심 한복판의 공중 공간과 건물 사이 틈새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기존 건물 옥상 상공에 주거·의료 시설을 수직으로 배치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스타 아파트', 고속도로가 건물을 관통하는 구조로 도로와 건축물이 입체적으로 공존하는 일본 오사카의 '게이트타워빌딩'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러한 혁신적 주택 공급이 실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경직된 법·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수면과 공중, 이동형 건축물 등에 적용되는 현행 법령의 한계를 주요 과제로 지적했다.

현행 민법은 부동산을 '토지 및 그 정착물'로, 건축법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면이나 공중에 지은 주택은 부동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건축 허가나 주소 부여조차 어려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국토계획법상 도로 구역 내 건축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도로와 건축물의 입체적 결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도심 주택난 해결을 위해 단순한 부지 발굴을 넘어 법·제도의 전면적인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면과 공중 공간을 법적 대지로 인정해 주소를 부여할 수 있도록 부동산의 정의를 유연하게 바꾸고, 도로와 건물 상공에 대한 입체적 권리관계(구분지상권 등)를 정립하는 한편, 이동형 모듈러 주택의 법적 지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덜란드 키트보넨은 지자체가 임시 건축물 특례를 부여해 1000세대 단기 공급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최상희 LHRI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최대 공급 가능 세대 수나 사업성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단계는 아니지만, 토지 확보 측면과 미활용 유휴 자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장점은 분명하다"며 "특히 한강이나 도로는 공공 자원인 만큼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추가 연구와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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