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보다 "할 줄 아냐"…AI 채용시장, 美 석사 프리미엄 깎았다

기사등록 2026/05/18 11:04:47 최종수정 2026/05/18 12:14:24

MBA 채용 꺼리는 기업 늘어…"좋은 일자리 보장 아냐"

석사 과정은 늘었지만, 학위가 열어줄 자리는 줄었다

【서울=뉴시스】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을 방문한 미국 콜럼비아대 MBA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15.03.17. (사진=서울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미국 청년층 사이에서 석사 학위가 더 이상 취업 보증수표로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기업들이 학위보다 실제 업무 능력을 따지는 채용으로 돌아서면서, 석사 학위의 고용 프리미엄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노동시장 싱크탱크 버닝글래스연구소 분석을 인용해, 35세 미만 석사 학위자의 실업률이 최근 20여년 사이 보기 드물게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닝글래스연구소는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2003년 이후 수집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35세 미만 석사 학위자의 실업률은 높아진 반면, 같은 연령대의 박사·법학·의학 등 전문 학위 소지자 실업률은 보기 드물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개드 레바논 버닝글래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이 지표들은 함께 움직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석사 학위의 보상이 약해진 이유로 “석사 학위가 필요한 일자리보다 석사 학위자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석사 과정은 지난 20년 동안 크게 늘었다. 고등교육·경제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석사 과정은 2005년부터 2021년 사이 69% 증가해 3만3500개를 넘어섰고, 최근 5년 사이에는 AI 재교육을 내세운 과정도 잇따라 생겼다.

전통적인 경영학석사(MBA)뿐 아니라 온라인 MBA, 데이터과학, 헬스케어 경영 등 1년짜리 특화 과정도 늘었다. 레바논은 의대나 로스쿨 학위가 전문직 자격으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일반 석사 학위는 능력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며 “같은 신호를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그 가치는 떨어진다”고 했다.

실제 취업 현장의 체감도 크다. 2024년 플로리다대 게인스빌 캠퍼스의 2년제 MBA 과정에 입학한 케빈 바도는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에서 일한 뒤 브랜드 관리 분야로 옮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이달 졸업한 뒤에도 기대했던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바도는 재학 중 약 200개 일자리에 지원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동문 80명 이상과 네트워킹을 했다. 그는 “기대했던 만큼의 제안을 받지 못했다”며 “면접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꽤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대학원에 다닌 경험 자체는 충족감을 줬다”면서도 “이 고용시장에서는 지금까지 기대했던 만큼 높은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고 했다.

기업들도 대학원 학위자 채용에 더 신중해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드렉셀대 르보 경영대학원 조사에서 올해 MBA 졸업생을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답한 고용주는 40%를 넘었다. 인사관리 전문가 단체 SHRM의 조니 테일러 주니어 회장은 AI 확산 이후 기업들이 학위보다 실제 업무 능력을 더 따지게 됐다며, 기업들이 결국 묻는 것은 “그 일을 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WSJ은 석사 학위가 무의미해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학위만으로 좋은 일자리를 보장받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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