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롯데·한진·로젠 하도급계약 전수조사
안전사고 책임 전가 등 5대 부당특약 적발
비용 전가·면책 조항 등 불공정 조항 시정
서면 미발급 2055건 적발…최장 761일 지연
"택배 시장 점유율 90%…불합리 관행 개선"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택배 종사자들의 안전사고를 초래하는 부당 특약을 설정하는 택배업계 관행을 제재했다.
공정위는 18일 하도급법을 위반한 쿠팡로지스틱스·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로젠 등 5개사에 과징금 총 30억7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5개 택배사업자는 다양한 형태로 영업점 등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당 특약을 설정했다.
주요 부당 특약 유형은 총 5개 유형, 11개 조항으로 분류된다.
우선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가하는 유형이 파악됐다.
행정처분 및 고소에 따른 변호사 보수 등 비용 전가 조항·과태료 및 벌금 대납 조항이나 안전사고 발생 시 민·형사상 책임 일체 전가 조항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가 법령을 위반했어도 원사업자 처분은 관리·감독 의무 위반에 대한 것이므로 원사업자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수급사업자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유형이었다.
CJ·롯데·한진·로젠은 영업점 위·수탁계약 과정에서 부동산 담보 설정·변경 비용을 택배사업자 0%·영업점 100%로 전가했다.
로젠은 요청 시 7일 이내에 터미널 운영 관련 원가 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했고, 롯데는 구간 셔틀운송 계약과 관련해 계약 체결일로부터 7일 이내에 무이자 조건으로 현금을 예치하도록 해 이자수익을 미반환했다.
한진은 영업점 계약 중도 해지 시 최대 2개월 간 동일 조건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설정했고, 쿠팡은 영업점 위·수탁계약에서 계약 완료 후 모든 자료를 복구 불가능하게 파기하도록 해 정산 내용 확인을 방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해배상 책임을 과도하게 가중한 유형도 있었다.
쿠팡은 개인정보 분실·도난·유출·위변조 사고로 분쟁 발생 시 원사업자를 면책하도록 했고, 롯데는 계약 종료 후 인수인계 미이행 시 직전 3개월간 지급된 도급수수료 산술평균액의 150%를 위약벌로 부과했다.
로젠은 차량 운행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해 고의·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민형사상 일체 책임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조항을 설정했다.
예측 불가한 사항과 관련해 불합리하게 책임을 부담시키는 유형도 있었는데, CJ는 새벽배송서비스 위탁 계약과 관련해 파업·태업 등 노사분규 발생 시 자기 비용과 책임으로 해결하도록 하며 이를 불가항력 사유로 보지 않았다.
로젠은 단체행동으로 화물 운송이 지연되거나 거부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고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했다.
표준계약서 기준에 비해 계약 해지 사유를 과도하게 넓게 정한 유형도 확인됐다. 쿠팡은 비밀유지·개인정보보호·정보보안 의무 위반·물품 훼손·분실·도난 발생·위탁업무 교육 미이행 시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CJ는 영업점 위·수탁계약에서 불법행위나 부속합의서 위반 부정행위 시 최고 없이 즉시 해지할 수 있게 설정했다.
부당 특약 설정 행위와 관련해 공정위는 재발방지명령을 부과하고, 계약서 수정을 완료하지 못한 롯데 외 4곳에는 수정·삭제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를 제외한 4곳은 의결서 송달일로부터 90일 안에 부당특약 시정안을 제출하고 변경된 계약 체결을 완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정명령 외에도 장기간 위반이 지속된 점을 고려해 과징금 총 24억7800만원을 부과했다.
회사별 과징금은 쿠팡 5억6700만원, 한진 5억4600만원, CJ 5억400만원, 롯데 4억8300만원, 로젠 3억7800만원 순이었다.
계약 서면 발급 의무 위반 행위도 적발됐다. 하도급법에 따라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용역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계약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해야 한다.
그러나 택배사업자 5개는 택배 물품 집화·배송·물류터미널 운영·터미널 간 화물운송 용역 등을 위탁하면서 총 2055건의 계약에서 서면을 용역 수행 시작일까지 발급하지 않았으며, 최장 761일이 지나 발급한 건도 확인됐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재발방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억원을 부과했다.
회사별로는 쿠팡 1억9200만원, 롯데·한진 1억5000만원, CJ 1억800만원 등이었다.
이번 조사는 작년 8월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이 택배 종사자들의 온열 질환과 안전사고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공정위·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작업 현장을 불시에 점검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폭염 5대 기본수칙 등을 점검했고, 국토부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및 장시간 근무 금지 등 사회적 합의사항을 확인했다.
지난해 8월 현장조사에 착수한 뒤 3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안건을 상정했고, 올해 3월과 지난달에 집중 심의를 진행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동명 공정위 신산업하도급조사과장은 "택배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대형 택배사업자들이 영업점 등에 대한 통제와 압박의 수단으로 만들어 온 불합리한 특약을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했다"며 "영업점 등의 택배 종사자들이 겪어온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과 업무 부담의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위는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부당특약 설정, 서면 발급 의무 위반 등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법위반이 확인되면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