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40% 급등·소비심리 최저…공화당 중간선거 부담 커져
트럼프 "미국인 재정상황 생각 안 해" 논란 자처
"인플레이션 가볍게 치부…바이든과 같은 실수 반복" 지적도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약속하며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집권 후 추진한 핵심 정책들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생활비에 민감한 미국 유권자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약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해 임금 상승률을 웃돌았고, 기업 비용 증가율도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 부채는 늘고 저축은 줄어든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달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제의 핵심에는 '이란 전쟁'이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고율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며 수입 물가를 끌어올렸고,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란 전쟁을 일으켜 휘발유 가격을 다시 폭등시켰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약 4.52달러로 1년 전보다 40% 넘게 뛰었다. 이는 출퇴근 비용부터 식료품 가격까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그라운드워크 컬래버러티의 정책 책임자 알렉스 자케스는 "관세와 이란 전쟁은 트럼프 임기의 두 핵심 결정인데, 둘 다 국내 물가를 명백히 더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 비용 급등은 이미 수년간 고물가와 고금리, 고용시장 둔화를 버텨온 미국 가계에 치명적인 추가 충격이 되고 있다. 여기에 주거비와 보육비 부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경제 상황이 전쟁 종식 계획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나는 미국인들의 재정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며 전쟁이 끝나면 휘발유 가격도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의 경제 자문을 맡았던 보수 성향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는 "물가를 낮추겠다는 공약을 믿었던 유권자들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심판을 내릴 수 있다"며 "휘발유 가격은 사람들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경제학자 마이클 스트레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두 대통령 모두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며 유권자들이 느끼는 부담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6%를 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은 AI 낙관론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증시와 예상치를 웃돈 고용 지표를 경제 회복 신호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가 새 연준 의장으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지만, 연준 내부에서는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뱅가드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조시 허트는 "금리 인하로 가는 길은 극도로 좁아졌다"며 "모든 것은 이란 전쟁이 얼마나 빨리 종식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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