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와 함께 묻힌 2000년 전 미라 발견…"장례 의식 일부로 추정"

기사등록 2026/05/18 09:28:54 최종수정 2026/05/18 09:48:25
[서울=뉴시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는 바르셀로나대학교 조사단이 카이로 남쪽에 위치한 옥시링쿠스 매장지에서 약 2000년 된 남성 미라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미라 위에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일리아스'가 적힌 파피루스가 함께 발견됐다. (사진=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이지우 인턴 기자 = 이집트에서 고고학자들이 '일리아스' 파피루스 조각과 함께 묻힌 미라를 발견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는 바르셀로나대학교 조사단이 카이로 남쪽에 위치한 옥시링쿠스 매장지에서 약 2000년 된 남성 미라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미라에서 함께 발견된 일리아스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이다.

옥시링쿠스 매장지는 고대에 쓰레기장으로 쓰였던 장소로, 19세기 말부터 파피루스를 비롯한 유물들이 발견되면서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바르셀로나대학교와 카이로대학교 측은 1990년대부터 스페인과 이집트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매장지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과정에서 미라를 발견한 연구진은 6년에 걸쳐 심하게 손상된 파피루스를 분석했다. 오랜 연구 끝에 이들은 문서에 일리아스의 일부가 적혀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외래 문화가 토착 문화가 로마 시대 이집트에서 공존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리아 마시아 박사는 "봉인과 포장 방식을 분석한 결과, 일리아스가 단순히 읽히는 데 그치지 않고 물리적으로 재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미라 제작 작업장에서 준비된 문서가 사망자의 몸 위에 놓였다"면서 "파피루스 꾸러미가 대안적 장례 절차의 일부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대 이집트는 전통적으로 미라를 묻을 때 죽은 자를 보호하는 지침서 '장송 문헌'과 함께 묻었다. 로마 초기 시대 유물부터는 장송 문헌 대신 봉인된 파피루스 꾸러미가 시신 위에 올려진 채 발견되기 시작했는데, 연구진은 이를 장례 절차의 변화로 해석했다. 마시아 박사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카고대학교의 이집트학자 포이 스칼프는 "이번 발견은 그리스 문학 글귀가 일종의 '마법 부적'처럼 쓰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호메로스가 부적이나 주술 관련 문헌집에서 자주 인용됐다는 증거는 이미 있었다. 이번 발견이 그 내용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스트리아의 역사학자 안나 돌가노프는 "그리스 문학 파피루스가 문화적 '여권'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당시 이집트에서 헬레니즘 문화권에 속한다는 것은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특권을 의미한다"면서 "헬레니즘 정체성은 현세를 넘어 사후 세계에서 더 높은 지위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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