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군 항거 현장…도청 이전, ACC 건립과정서 훼손
거센 반발에 탄흔 조사·고증 거쳐 복원…착공 3년 만
복원 공사중 화재도…5·18 46주년 기념식 직후 개관
5·18민주화운동 제46주년 기념식 직후 옛 전남도청이 정식 개관하면서 원형 훼손과 이를 둘러싼 갈등, 우여곡절 끝에 원형 복원에 이르는 과정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동구 도심에 자리한 옛 전남도청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 본관 건물 신축 이래 줄곧 행정중심지 역할을 했다.
1980년 당시에는 신군부 계엄군의 무자비 진압에 맞선 시민들의 집결·근거지로 쓰였다. 5월27일 불의한 권력에 끝까지 저항하던 시민군이 산화한 최후 항쟁지로서 굴곡진 현대사의 현장이다.
2005년 11월 현 청사로 이전할 때까지 70년 넘도록 호남 정치·행정의 1번지이기도 했다.
전남도가 무안 남악신도시로 청사를 옮기면서 옛 전남도청의 활용 방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2004년 당시 국책 사업이었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 부지로 묶였다.
정부는 도청 이전에 따른 구도심 인구 유출 억제, 5·18정신 아시아 확산과 문화중심도시 육성 등을 이유로 도청 인근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세우기로 했다.
5·18의 민주·인권·평화 정신을 아시아와 공유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역설적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항쟁지인 옛 도청의 원형이 훼손됐다.
2008년 본격적인 별관 철거와 ACC 조성 공사가 시작되면서 항쟁 당시 시민군 휴게공간, 본관-회의실 연결복도 등이 있던 별관 지상부 일부는 아예 뜯겨나갔다. 철거한 자리에는 지하부 ACC 출입 통로가 만들어졌다.
주인과 용도를 잃은 도청 본관과 도경찰국 건물 역시 ACC 사업 과정에서 새단장하면서 벽체에 남은 탄흔 위로 페인트가 덧칠되는 등 훼손됐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는 거세게 반발, 오월 어머니들을 비롯한 옛 전남도청 복원지킴이들은 원형 복원을 촉구하며 3년여 넘게 천막 농성 투쟁을 벌였다.
시민들의 끈질긴 요구와 투쟁에 결국 정부도 원형 복원 추진에 나섰다.
2018년 7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종합계획에 도청 복원이 담겼고, 이듬해인 2019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옛 전남도청 복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복원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복원 과정은 허문 건축물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아닌 항쟁사 전반에 대한 고증이었다.
복원추진단은 2020년 7월부터 정밀 탄흔 조사를 벌여 건물 안팎에서 계엄군이 쏜 탄두 15개를 발견했다. "최후 진압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 사격이 있었다"는 당시 증언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근거가 됐다.
고증과 사전 준비를 거쳐 2023년 10월 복원 공사가 첫삽을 떴다. 착공 이후에도 공사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1월에는 복원 공사가 한창이던 도경찰국 건물 3층에서 용접 도중 불이 나 항쟁 사적지가 또 훼손될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2월 옛 전남도청 6개 동(도청 본관·별관·회의실, 도경찰국 본관·민원실, 상무관) 복원 공사가 끝났다.
46년 전 시민군 상황실과 방송실, 시민수습대책위 회의 탁자 등이 복원됐다. 시민군이 총탄에 쓰러진 자리마다 열사 이름이 새겨져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증언하고 있다.
옛 전남도청은 올해 2월28일부터 4월5일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46주년 5·18 기념식 직후 개관, 이날부터 민주 항쟁의 산 현장을 체험하려는 시민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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