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해지하고 환급금 뒷주머니…요양기관發 GA 법인영업 관행 도마

기사등록 2026/05/18 07:00:00 최종수정 2026/05/18 07:06:24

금융당국, 3만개 요양기관 전수조사

특정사 일탈 보다 구조적 관행 지적

자금 악용수단·재정 편취 리스크 경고

노인요양시설에서 노인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요양기관에서 운영자금으로 종신보험료를 납입한 뒤 해지환급금을 대표자 개인이 수령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이 법인보험대리점(GA) 대상 고강도 점검에 나섰다. 보험업계 역시 자체 점검과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안을 계기로 법인 대상 고액보험 영업 전반으로 감독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일부 요양시설이 법인 운영자금으로 종신보험료를 납입한 뒤 계약자 변경 등의 편법을 통해 해지환급금을 대표자 개인이 수령한 정황을 포착하고 판매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전국 약 3만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대표 개인 등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신보험 가입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특히 세무법인을 겸하는 일부 GA들이 절세나 퇴직금 재원 마련 등을 내세워 요양기관 대상 종신보험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설명 의무 위반이나 부당 권유 등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를 집중 점검 중이다.

이번 검사를 통해 보험모집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과 보험업법 위반 등 부당 영업행위가 확인되면, 위법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GA의 부당 영업행위로 인한 위법·편법 등의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필요시 관계부처 등과 제도개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검사 초기 단계인 만큼 특정 보험사나 대리점의 문제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GA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판매 과정에서 실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라며 "요양기관 자체 판단으로 계약자 변경 등이 이뤄진 것인지, 설계사가 중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관련 이슈가 불거진 직후 회원사들에 공문을 발송하고 자체 점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대형 GA 대부분은 관련 판매 건에 대한 내부 조사를 마치고, 문제가 될 만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서도 이번 사안을 특정 회사의 일탈보다는 구조적인 판매 관행 문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인 명의로 정상 청약이 이뤄지고 서류 요건이 충족되면, 설계사와 계약자 간 사후 합의나 계약자 변경 가능성까지 사전에 포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요양기관과 설계사가 서로 이익을 보는 구조로 계약을 진행해 정상 프로세스로 접수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감독당국도 특정 회사 제재보다는 판매 구조 전반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검사를 받고 있는 일부 GA의 경우, 문제가 된 제휴 지사에 대해 이미 계약 해지 절차를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지사는 요양기관 대상 영업 과정에서 모기업 계열 생보사 상품이 아닌 타사 상품 위주로 판매해 온 것으로 알려져, 현 단계에서 모기업 생보사까지 직접적인 책임론을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이 과거 CEO(최고경영자) 정기보험 논란과 유사하게 고액 보장성보험이 절세나 법인자금 활용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인 정기보험은 중소기업 CEO의 유고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지만, 가업승계나 상속세 절감 컨설팅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되며 논란이 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소비자 보호 절차를 강화하는 등 점검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가 요양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법인자금을 활용한 고액 종신보험 판매 구조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정부 재정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받는 병원이나 학교법인, 비영리재단 등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편법 절세와 자금 운영 컨설팅 영업이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양기관은 건강보험 재정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더 크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법인 명의 자금을 활용해 고액 보장성보험에 가입하고 이후 환급금을 활용하는 구조 자체는 특정 업권에만 국한된 이슈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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