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못 막는 中 물량공세…전기차 넘어 가전·화학까지 덮친다

기사등록 2026/05/15 16:13:43 최종수정 2026/05/15 16:26:24

전기차·스마트폰 넘어 가전·섬유·화학까지 국가 지원 확대

中 수출 점유율 50% 넘는 산업, 2016년 163개서 2024년 315개로

[사진=뉴시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유비텍 유튜브 갈무리) 2024.06.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중국이 전기차와 스마트폰 같은 첨단 제조업을 넘어 세탁기, 섬유, 드라이클리닝용 화학물질, 바이오 의약 서비스까지 국가 지원 대상을 넓히며 세계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구기관 루디움 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산업 정책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과거 특정 첨단 산업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현재 중국은 가전과 섬유 같은 전통 산업부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핵융합 에너지 등 미래 기술까지 총 24개 분야를 우선 순위로 정해 국가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의 공습은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된다. 2016년 당시 중국이 세계 수출 물량의 50% 이상을 점유한 품목은 163개였으나, 2024년 현재 315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좁히는 순간, 무서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방중 당시 미국 제품을 더 사라는 요구와 함께 시장 개방 등을 압박했으나, 이러한 방식은 이미 구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농산물이나 항공기 구매를 약속하는 수준으로는 전방위적인 시장 잠식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산업 정책은 이제 단순한 경제 지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무기로 격상됐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유기화학물이나 특수 기계류처럼 공급이 끊기면 전체 생산 라인이 멈춰 서는 핵심 품목의 점유율을 높여 상대국을 위협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미국조차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 통제에 나서자 무역 전쟁의 휴전을 모색했을 정도로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는 위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과 수익성이 떨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산을 강행하고 있다. 경쟁국 기업들이 손실을 견디다 못해 시장에서 퇴출당할 때까지 국가 자본을 투입하며 버티는 이른바 치킨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해외 경쟁사들이 파산할 때까지 비이성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고율 관세만으로는 이 거대한 파고를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산 부품이 이미 전 세계 공급망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어 원산지 규정만으로는 교묘한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힘들다. 설령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을 몰아낸다 하더라도, 중국은 이미 전 세계 다른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고 있다.

 WSJ은 중국 산업정책에 대응하려면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동맹국들이 미국과 중국 문제를 조율하려는 의지는 더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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