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겨냥 "일자리 약탈자"라던 트럼프., 시진핑엔 "위대한 지도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첫날이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를 부각하려는 트럼프식 외교와, 미중 관계의 한계를 분명히 하려는 시 주석의 전략이 대비된 자리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향해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라며 “나는 모두에게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도 시 주석이 14억 인구의 중국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호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의전 행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미중 관계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데 집중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은 대만 문제를 극도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시 주석의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더라도 대만 문제를 건드리는 순간 미중 해빙 분위기가 곧바로 깨질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웃으며 맞았지만, 대만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정치 무대에서는 중국을 일자리 약탈자이자 국가안보 위협으로 묘사해왔다. 하지만 베이징 방문 첫날에는 전반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이 미국과 맞서는 동급 초강대국이라는 인식을 드러내며 보다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두 정상은 역사적 상징도 적극 활용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자금성 인근 명·청대 제례 건축물인 천단을 방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서 1783년 미국 상선 ‘엠프레스 오브 차이나’호가 광저우로 향했던 일을 언급하며 미중 교류의 오랜 역사를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개인적 친분보다 구조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미중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다시 언급했다. 부상하는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 사이의 경쟁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시 주석은 “중미 양국의 공동 이익은 차이보다 크다”며 “중미 관계의 안정은 세계에 이롭다”고 말했다. 동시에 관계를 잘못 다루면 양국이 충돌하거나 충돌에 가까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이 대목도 대만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의 발표 내용도 달랐다. 백악관은 중국과의 펜타닐 원료 단속, 미국산 농산물 구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 등을 언급했지만, 대만이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중국의 핵무기 증강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진짜 시험대는 15일 열릴 예정인 두 정상 간 소규모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선호하는 지도자 대 지도자 방식의 담판에서 회담 성과를 강조할 가능성이 크지만, 베이징 첫날 확인된 것은 트럼프가 친분을 앞세운 동안 시 주석은 대만이라는 미중 관계의 가장 민감한 선을 먼저 그었다는 점이라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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