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이 되지 못한 한전·한수원…원전 수출, 결국 정부가 주도

기사등록 2026/05/15 06:00:00 최종수정 2026/05/15 06:56:24

체코 수주 입찰서 UAE 사업 경험 공유 안 돼

한수원, 바라카 건설 당시 일방적 인력 철수 통보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두고 국제 소송전

산업부 주도 수출 협상…양사 공동 주계약자 참여

연내 원전수출진흥법 제정…총괄기관 논의 지속

한국전력공사 본사(왼쪽)와 한국수력원자력공사 본사 전경.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원화된 원전 수출 체계 하에서 자료 공유 거부와 인력 철수 통보 등 갈등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결국 정부가 원전 수출 거버넌스 전면 개편에 나선다.

원전 수출 총괄기관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입법을 연내 추진하고, 총괄기관이 지정될 때까지 당분간 정부가 직접 원전 수출 협상을 진두지휘하기로 했다.

15일 감사원의 '한수원 기관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산업통상부에 원전수출 이원화 추진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한전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 수출에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수원도 지난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의 주계약자로 선정됐다.

다만 이면에서는 양사 간 충돌이 계속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과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공동사업관리 협정을 체결해 사업관리 역무를 함께 수행했다. 동시에 한수원은 한전의 하도급사로서 시운전 역무를 맡았다.

당시 한전은 원전 경험이 부족해 원전 건설 인력을 한수원으로부터 파견 받았다. 한수원은 현장 중심의 공정·시공·기술관리 역무를 수행하고, 한전은 사업관리 등을 주로 담당한 것이다.
[세종=뉴시스]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1~4호기 전경이다.(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UAE 바라카 원전 사업 경험이 후속 사업인 체코 수주에서는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입찰 과정에서 UAE 바라카 원전 당시 사업비와 비용구조 자료를 한전에 비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한전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제공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수원은 과거 실사업 데이터를 신규 입찰 전략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입찰가 산정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UAE 바라카 건설 과정에서는 인력 지원을 둘러싼 갈등 정황도 있었다.

한수원 인력은 ▲건설 관리 총괄을 위한 한전 건설 조직 ▲한전의 하도급으로 시운전(OSS) 역무 수행을 위한 조직 ▲UAE 원전 운영회사와의 운영지원계약(OSSA)에 따른 운영사 조직 등으로 각각 파견됐다. 2016년 기준 공동사업관리(건설) 인력 중 한수원 파견인력은 57%에 달했다.

한수원은 2024년 들어 건설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인건비 증가와 루마니아·이집트 사업 대응 등을 이유로 인력 절반을 감축하겠다고 한전에 통보했다.

한전이 25% 감축 등 절충안을 제안했음에도 한수원은 2025년까지 파견 인력을 전원 철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가 한수원의 인력 운영에 대해 한전에 공식 항의 서신을 보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서울=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한 본 계약을 4일(현지시간) 발주사인 체코 두코바니II 원자력 발전소(EDU II)와 체결했다. 투자 규모로도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체코 정부가 예상한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5000억원), 2기 약 4070억 코루나(약 26조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양사의 신경전은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사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수원은 사업관리 체계와 역할 분담이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입찰서 작성에 필요한 한수원의 기술정보와 인력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이어 한수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사업 입찰을 위해 한전이 제안한 업무협약(MOU) 체결과 공동결의에도 모두 불참했다.

현재는 추후 협의를 전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입찰서 작성 작업에 참여 중인 상태다.

한전과 한수원의 분쟁은 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를 계기로 극단으로 치달았다.

한수원은 2020년 6월부터 공기 연장비용에 대해 한전에 추가비용 11억 달러를 정산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양사 사장 간 회동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결국 한수원은 지난해 런던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중재 대응을 위해 한전은 145억원, 한수원은 228억원을 쓸 예정이다.
[세종=뉴시스]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 그래픽이다.(사진=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사의 집안싸움을 말리기 위해 결국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직접 나섰다.

산업부는 지난 14일 '2026년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열고 '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원전수출 상대국과 교섭·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부터 세웠다.

당분간은 정부 주도 하에 상대국과의 원전 수출 협상이 이루어지며, 한전·한수원은 공동주계약자로 참여한다.

기존에 나누어 맡았던 수출 대상 국가들도 통합해 관리하게 된다. 해외 원전사업 개발과 주계약은 양사가 공동으로 수행하지만 건설·운영은 한수원, 대외협상 및 지분투자는 한전이 각각 주도한다.

정부는 제도 기반 마련에도 속도를 낸다. 연내 원전수출진흥법 제정을 추진해 '원전 수출 총괄기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원전 수출 총괄기관과 관련해 한전 또는 한수원 중심의 체계 일원화, 혹은 통합 원전 수출기관 출범 등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김동철 한전 사장과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원전수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진행 중인 UAE 원전사업의 정산 분쟁을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에서 한국 대한상사중재원으로 변경하기 위한 계약 수정에도 합의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미국·체코·베트남 등 원전 수출 현안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K-원전 원팀 수출체계를 정비하고 보다 궁극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정부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산업부 주도하에 기존 한국 원전산업의 경쟁력에, 국내 기관들의 역량 결집, 경제성·리스크 관리 체계를 보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6.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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