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마저 "6월 금리 인하 어렵다" 기대치 낮추기
물가 3.8% 급등에 전쟁·당파 갈등까지…연준 딜레마 심화
인준 찬성 54표 그쳐…독립성 구축도 난항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며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오르게 됐다.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제롬 파월 전 의장이 80표 이상의 초당적 지지를 받았던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결과다.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등에 업고 출범하는 워시 연준이지만, 정작 그의 앞에는 금리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놓여 있다.
13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스티브 배넌은 인준 표결을 앞두고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지지층의 기대 낮추기에 나섰다.
배넌은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로 치솟은 점을 언급하며 "워시가 6월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 유연성을 가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보수 성향 논평가 에릭 볼링 역시 연말까지 금리 동결을 전망하며, 오히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WP는 "트럼프 지지층 내부에서조차 기대 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은, 누가 연준 의장을 맡더라도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극적인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박빙 인준·파월 잔류…출범 전부터 정치적 시험
워시가 물려받는 연준은 이미 정치적 압박에 깊이 노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현직 이사 축출까지 시도하는 등 연준을 지속적으로 흔들어왔다. 모두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문제는 이번 인준 결과가 연준 독립성 논란을 오히려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인준은 민주당에서 존 페터먼 의원 한 명만이 찬성표를 던진 사실상의 당파적 표결로 마무리됐다. 전통적으로 연준 의장 인준은 폭넓은 초당적 지지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워시가 백악관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처음부터 부담을 안기게 됐다.
파월 의장의 잔류 결정도 변수다. 파월이 의장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이사직에 남기로 하면서 백악관은 7인 이사회 자리 하나를 즉시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파월의 존재 자체가 워시의 정책 방향에 회의적인 내부 인사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금리 결정 회의에서는 네 명의 위원이 정책 성명에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는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개 이견이었다.
◆금리 올려도, 내려도 문제…워시 앞에 놓인 연준의 딜레마
워시가 물려받은 미국 경제 또한 녹록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5년 넘게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다. 연준 내부 전망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최소 2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를 올리면 전쟁 여파로 이미 둔화된 경기를 더 짓누를 수 있고, 내리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위험이 있다. 현 수준 유지도 마냥 안전하지 않다. 높은 물가 상황에서는 명목금리가 그대로더라도 실질금리는 낮아지기 때문에 소비·투자 억제 효과가 약해지고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시는 청문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금리 인하 약속을 요구받은 적 없다"며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2020년 대선 결과나 관세 영향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받는다.
금리 정책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워시는 현재 6조7000억달러 규모인 연준 대차대조표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준의 대규모 자산 매입이 사실상 의회의 재정정책 역할까지 대신하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워시는 취임과 동시에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불확실성, 두 가지 시험대를 동시에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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