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권 ELS 제재안 이례적 '반려' 왜?

기사등록 2026/05/13 17:40:28

금감원에 조치안 재검토 요청…삼바 이후 8년 만

1.4조 과징금 놓고 법리·감경 부담에 고심

금융위·금감원 간 미묘한 시각차 해석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은행권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지수(ELS) 제재안 확정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금융위원회가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에 조치안을 돌려보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감원에 조치안 보완을 요청한 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사태 이후 8년 만이다.

금융위는 13일 제9차 정례회의에서 홍콩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은행·증권사 검사 결과 조치안을 논의한 뒤 금감원에 재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조치안상의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을 보완해줄 것을 금감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콩 ELS 사태는 지난 2023년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의 손실이 급증하면서 촉발됐다. 은행권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금액은 약 16조원에 달했고, 대규모 원금 손실이 현실화되며 논란이 커졌다.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은행 직원들이 고위험 상품 투자가 불가한 투자자에게 가입을 유도하고, 지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를 대신해 가입신청서 등을 대리 작성하며 녹취를 허위로 진행한 사실 등을 적발했다. 또 은행 본점의 판매 전략에서 홍콩ELS 판매 성과를 매우 강조하는 등 경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점도 발견했다.

이에 금감원은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에 최초 4조원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을 검토한 바 있으나 이후 은행의 자율배상 노력 등을 감안해 2조원대로 감경해 사전통보했으며, 이후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1조4000억원까지 거듭 감경했다. 조치안은 올해 2월 금융위로 넘어갔다.

하지만 금융위는 3개월의 장고 끝에 조치안을 최종 의결하지 않고 다시 금감원에 돌려보냈다.

금감원에 안건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지난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관련 제재 조치안을 보완 요구한 이후 8년 만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장이나 과장급에서 금감원 조치안에 퇴짜를 놓는 경우는 실무적으로 많으나 큰 건을 공개적으로 퇴짜놓는 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을 처음부터 다시 해오라는 뜻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가 사실관계와 법리 보완을 반려 이유로 들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행정소송 부담과 감경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은행들이 수천억원대 과징금에 대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법리와 사실관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ELS 투자자들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은행 책임이 제한적으로만 인정된 점도 금융당국 입장에선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도 앞선 판결을 근거로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보다 판매사 책임이 과하게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금융위 내부에서는 그간 과징금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금융당국은 업계 피해 구제 노력을 감안해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경할 수 있다. 다만 금융위가 직접 대폭 감경에 나설 경우 '봐주기식 제재'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금감원에 공을 돌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 쓸 재원 확보를 위해 은행권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반려 결정으로 금융위와 금감원 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이 오랜 기간 진행한 검사와 제재심 결과에 사실상 금융위가 제동을 건 만큼 금감원의 검사·제재 신뢰성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금융위는 "향후 금융위는 조치안이 보완되는 대로 신속하고 면밀하게 검토해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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