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찢거나 불태우면 처벌?…日자민당, '국기손괴죄' 신설 추진

기사등록 2026/05/13 17:44:18 최종수정 2026/05/13 19:36:24

외국 국기 훼손 처벌 규정 있지만 日국기는 별도 조항 없어

다카이치 총리 오래 전부터 주장…이번 국회 내 성립 목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에 처벌 범위 한정 방안 검토

[알와크라(카타르)=AP/뉴시스]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이 지난 11일 '국기손괴죄' 창설을 위한 프로젝트팀(PT) 간부 회의를 열고, 일장기를 고의로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진은 2022년 12월 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일본과 크로아티아의 경기 시작 전, 일본 축구 팬들이 국가 연주에 맞춰 대형 일장기를 펼쳐 들고 있는 모습. 2026.05.13.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자국 국기인 일장기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기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치적 의사 표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날 국기손괴죄 창설을 논의하는 프로젝트팀 간부 회의를 열고 일장기를 훼손하는 행위에 벌칙 규정을 두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 법안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오래 전부터 필요성을 주장해 온 정책이다. 자민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성립을 목표로 당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일본 형법에는 외국 국기나 국장을 모욕할 목적으로 훼손할 경우 처벌하는 '외국국장손괴죄'가 있다. 그러나 일본 국기인 일장기를 직접 대상으로 한 별도 처벌 규정은 없다. 이에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자국 국기를 경시하는 법적 공백"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자민당은 새로운 법안의 벌칙 수위를 '외국국장손괴죄'와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하거나, 3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한 '기물손괴죄' 등을 참고해 조정할 방침이다. 외국국장손괴죄는 2년 이하 구금형 또는 20만엔(약 188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처벌 범위와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기 훼손 행위가 정치적 항의나 표현 행위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AP/뉴시스]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이 지난 11일 '국기손괴죄' 창설을 위한 프로젝트팀(PT) 간부 회의를 열고, 일장기를 고의로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진은 2022년 1월 20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한 컨테이너 부두 인근에서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2026.05.13.
이에 따라 자민당은 개인의 내심이나 정치적 의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현저히 불쾌감을 주는 방식으로' 등 외부에서 확인 가능한 행위를 기준으로 삼는 방안이 거론된다.

자민당은 국기 훼손을 개인 피해가 아니라 사회적 법익과 관련된 문제로 보고, 처벌 범위를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그림이나 영화 작품 속 일장기까지 대상에 포함할지, 훼손 외에 제거·오손 행위도 포함할지 등이 추가 쟁점으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이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상징에 대한 강제적인 경외심 부여가 사회 갈등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일본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국제적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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