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선거 참패 후 퇴진 압박
사퇴 거부…노동당 내 분열 심화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직 노동당 내에서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인사는 없지만, 스트리팅 장관과 앤디 버넘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 등이 잠재적인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403명 중 90명 사퇴 촉구 vs 103명 지지 성명
스타머 총리는 지난 7일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 지방선거에서 의석 1400석 이상을 잃으며 참패한 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노동당 의원 403명 중 90명 이상이 사임을 공개 촉구했고, 제스 필립스 내무부 차관을 비롯해 차관급 최소 5명은 직을 내려놨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12일 내각 회의에서 "당헌에 규정된 도전(불신임 절차)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국정 운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제가 중동 문제에 집중되면서, 회의 중 직접 사퇴를 요구한 장관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당규에 따르면 당대표 경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동료 의원 20% 이상, 81명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회의 후 의원 103명은 "지금은 당대표 경선을 할 때가 아니다"며 스타머 총리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거 결과는 참혹했고 유권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며 "지금은 리더십 다툼으로 분열할 때가 아니라, 시급한 경제·안보 과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웨스 스트리팅
스트리팅은 2024년 노동당 집권 이후 보건부 장관을 맡고 있으며, 야당 시절에도 3년간 그림자 내각의 보건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2015년 의회 입성 전에는 전국학생연합(NUS) 회장과 런던 구의원을 지냈다.
2023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그는 런던 이스트엔드의 공공주택에서 자라며 은행 강도였던 할아버지를 면회 가던 시절과 동성애자 기독교인으로 성장한 배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내각 내 '최고 소통가'로 꼽히는 그는 정부 내에서 국가보건서비스(NHS) 대기자 명단을 줄인 성과를 내세울 수 있다. 그는 이전부터 당권 도전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며, 노동당 내 중도 및 우파 의원들로부터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우파적 성향 때문에 진보적인 당원들에게는 지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앤디 버넘
앤디 버넘 시장은 의원들 사이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노동당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으로 재임하며 '북부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다.
버넘 역시 총리직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아 왔다. 하지만 현재 의원이 아닌 점은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로 가는 길에 큰 장애물로 여겨진다.
그는 올해 초 고튼-덴턴 보궐선거에 후보로 나서려 했으나, 스타머 총리 측근들이 장악한 당 집행위원회에 의해 가로막힌 바 있다.
만약 그가 의회로 돌아온다면 두 번째 임기가 된다. 그는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의원을 지내며 보건부와 문화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다. 주로 당내 좌파와 북서부 지역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앤젤라 레이너
앤절라 레이너는 지난해까지 부총리이자 영국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16세에 학교를 중퇴했지만 이후 정치권 핵심 인물로 성장했다.
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공공서비스노조 유니슨(Unison)에서 노조 활동을 시작한 것이 정치 인생의 발판이 됐다. 2015년 의원에 당선된 뒤 제러미 코빈의 그림자 내각에서 활동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현 정부에서는 주택부 장관을 맡아 주택 건설 확대와 세입자 권리 개혁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택 구입 시 세금을 충분히 내지 않았다는 논란을 인정하며 극적으로 사임했다. 레이너 역시 의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맨체스터를 기반으로 한 좌파 성향이라는 점에서 버넘과 지지 기반이 겹친다.
주택 구매 관련 국세청(HMRC)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점도 즉각적인 경선 가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기타 잠룡들
이 외에 일부 의원들은 당대표를 지낸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부 장관의 복귀를 언급했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BBC 인터뷰에서 "그 시절은 끝났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샤바나 마무드 내무부 장관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추진한 이민 정책은 노동당 의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어 당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스타머 총리가 다시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당헌·당규상 스타머 총리의 재출마를 막을 규정은 없으며, 본인도 11일 기자들에게 "경선이 벌어진다면 기꺼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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