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인근 고급주택 단지 건설·자금세탁 혐의도
정치 경험 없는 변호사·영화 제작자에서 충성심 발판 권력자로
지난해 반부패 기관 해체 시도, 대규모 시위 불러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권력층 주변의 부패 스캔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KI)는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이 130억원이 넘는 횡령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특별반부패검찰청(SAPO)은 안드리 예르마크 전 비서실장이 수년간 유령회사, 현금 거래, 허위 재무 서류 등을 이용해 890만 달러(약 132억원) 이상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SAPO는 예르마크 전 실장이 수도 키이우 외곽의 고급주택 단지 건설과 관련된 자금 세탁 혐의로도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KI는 SAPO의 발표에는 기소 대상자의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건에 정통한 법 집행 소식통은 해당 인물은 예르마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예르마크 등은 약 1000㎡ 규모의 개인 저택 4채와 스파 및 수영장을 갖춘 공동 웰니스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각 저택의 예상 건설 비용은 수백만 달러를 넘어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널리 알려졌던 예르마크 국영 원자력 독점기업인 에네르고아톰을 중심으로 한 1억 달러 규모의 부패 스캔들 수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난해 시작된 에네르고아톰 관련 수사는 젤렌스키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최대 규모의 부패 수사였다.
에너지아톰 사건과 관련해 이미 9명의 용의자가 기소됐으며 그중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인 티무르 민디치, 전 부총리 올렉시 체르니쇼프, 전 에너지·법무부 장관 헤르만 할루셴코 등이 포함됐다.
예르마크는 지난해 11월 28일 NABU의 자택 수색 이후 사임서를 제출했다. 예르마크는 의회, 내각 및 주요 국가 기관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다고 KI는 그의 사임 당시 보도했다.
에네르고아톰 사건 용의자들은 키이우 인근 고급 주택 건설을 위해 체르니쇼프 전 부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고 법 집행 소식통이 KI에 전했다.
키이우 인근에 있는 호화 주택 중 하나는 예르마크를 위한 것이었다고 KI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예르마크는 기소 후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와의 인터뷰에서 호화 주택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아파트 한 채와 차 한 대만 있을 뿐이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르마크 전 실장 기소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고문인 드미트로 리트빈은 기자들에게 “진행 중인 사안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전직 변호사이자 영화 제작자였던 예르마크는 젤렌스키와의 친분과 충성심을 발판삼아 빠르게 권력과 영향력을 쌓았으나 악명도 얻게 됐다고 KI는 전했다.
그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반부패 기관들을 해체하려던 행정부의 시도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치는 국내외에서 대규모 시위를 비롯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로 여겨지는 인물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KI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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