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낮춘 급매부터 가족 간 우회 거래까지…막판 절세 셈법 치열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 82.5% 중과…"매물 잠김 심화할 것"
9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청에서 만난 60대 남성 A씨는 토지거래허가 접수를 마치고 나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뉴시스 취재진이 찾은 강남구청 본관 부동산 민원 발급 창구 앞에는 A씨를 비롯해 3~4명이 서류 접수와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토요일은 시청과 구청이 모두 쉬는 날이지만 서울시 25개 구청과 경기도 12개 시·구청에서는 토지거래허가 신청 접수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이에 이날 오전 부서가 문을 열기 전부터 민원인들이 구청을 찾은 것이다.
건물 내부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부동산 민원 발급 창구에는 '토지거래허가 접수창구 운영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강남구청을 찾은 이들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마감 직전까지 눈치 싸움을 벌인 끝에 거래를 성사한 사람들이다.
이른 아침부터 창구 앞에서 대기하던 70대 여성은 "다주택자라 오늘이 마지막이라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러 왔다"며 "3월부터 매수자와 얘기를 했는데, 더 떨어지면 사겠다고 버티다가 어제 아침 갑자기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거래한 매수자는 젊은 사람인데, 전세로 살다가 요즘 전세 매물이 없으니 작은 집이라도 꼭 사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집이 팔리지 않자 가족 간 '우회 거래'를 검토하는 사례도 있었다.
40대 아들과 함께 구청을 찾은 60대 여성은 "1가구 2주택자인데 집이 안 팔려서 일단 상담을 받으러 왔다. 내일부터 세금이 80%가 넘는다는데 말도 안 된다"며 "차라리 가능하면 아들한테 넘길 수 있는지 한번 물어보려 한다"고 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순 증여나 부담부증여, 저가 양도 등 다양한 절세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 세법상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는 시가의 30% 또는 3억 원 중 적은 금액 범위 내에서는 시세보다 낮게 팔아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를 활용한 '저가 양도' 방식은 부모가 시가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더라도,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것보다는 유리할 수 있다.
수억원의 세금을 피하고자 마감 직전 호가를 낮춘 '던지기' 매매도 이뤄졌다. 60대 남성 A씨는 전날 극적으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103㎡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눈치 싸움을 벌이다 기한이 다가오자 결국 집주인이 호가를 3억원 내렸다"고 설명했다. 중과세를 감수하느니 차라리 가격을 대폭 낮춰 매수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다.
이날을 끝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유예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당장 10일부터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무거운 세금이 매겨진다.
현행 다주택자 양도세는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p를 가산해 부과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지방소득세(10%)까지 더해지면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적용되는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집을 팔아 남긴 이익의 8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서울 전체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지난 2월 5337건에서 마감이 임박한 4월 1만208건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해 세금 부담이 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강남 3구 신청 건수는 2월 512건에서 4월 1615건으로 3배 이상 뛰었다. 5월 들어서도 7일까지 강남 3구에서만 417건이 접수됐고, 마감일 전날인 8일 하루에만 139건이 추가로 몰렸다.
강남구 역시 2월 135건에서 4월 507건, 5월(1~8일) 198건으로 마감 직전까지 접수가 이어졌다. 전날까지 대부분 '막차 거래'를 마친 영향인지, 정작 마감일 당일인 9일 오전 창구 방문객은 평일 평균(49.5명)에 못 미치는 10여 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10일부터는 거래량이 급감하며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 나와 있던 다주택자 매물이 회수되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전월세 가격 상승이 매매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중과세가 적용되는 10일 이후부터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장기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세금 회피용 단기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에는 정부의 압박만으로 매물을 더 끌어내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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