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안에 바닥…일부 유정 생산 감축 시작
미국 해상 봉쇄로 경제적 고통 크게 악화
당국자 "현재 교착 상태 반드시 타개해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의 해상봉쇄가 지속되면서 이란의 석유 저장 능력이 고갈되고 있으며 필요 물자의 수입도 크게 줄면서 경제가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이란 당국이 인정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미국의 해상 봉쇄 압박이 이란이 미국의 종전 제안을 검토하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봉쇄로 석유 수출이 막히면서 이란의 핵심 수입원이 차단됐고 석유를 보관할 곳도 바닥날 위험에 처해 있다.
봉쇄가 다른 물자의 수입도 차단하면서 이란은 인접국과 카스피해 연안의 소규모 항구를 통한 수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쟁 전부터 심각했던 경제적 고통이 훨씬 더 악화하고 있다.
이란 상공회의소 에너지위원회 소속 하미드 호세이니 석유 전문가는 테헤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해상 봉쇄가 전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협이며, 우리 석유·에너지 수출과 정유 시설의 운명이 지금 위험에 처해 있는 만큼 현재의 교착 상태는 반드시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 부문
글로벌 해운 데이터 기업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봉쇄 이전 이란 석유 수출의 약 98%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5주간 폭격 작전 기간에도 이란의 석유 수출은 계속됐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미국의 봉쇄가 시작된 이후 석유를 가득 실은 이란 유조선은 단 한 척도 해협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보통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대략 절반은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수출된다. 수출을 기다리는 석유는 육상 탱크와 페르시아만의 유조선에 보관된다. 봉쇄로 인해 빈 유조선이 거의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카르그섬을 포함한 육상의 약 1억2000만 배럴과 유조선의 3200만 배럴에 달하는 그 저장 용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케이플러의 호마윤 팔락샤히 석유 분석가에 따르면 봉쇄가 해제되지 않으면 이란은 약 25일에서 30일 후에 저장 공간이 바닥날 수 있다.
이란 석유부의 한 당국자는 저장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일부 유전에서 생산을 감축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육상 및 해상 저장 공간이 모두 소진되기까지 약 40일에서 45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추산했다.
이란은 일부 유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데, 가동 중단은 재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든다.
석유부 당국자는 일부 노후 유전의 경우 재가동이 비용 효율적이지 않아 가동 중단이 영구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자 수입
전쟁 전 이란 수출입의 약 70%가 남부 해안 항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란은 곡물·의약품·전자제품·산업 장비 등 다양한 물자를 수입한다.
이란 정부는 경제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봉쇄 대상이 아닌 다수의 육상 및 해상 국경을 접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터키·이라크, 동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북쪽으로는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투르크메니스탄과 카스피해가 있다.
이란은 파키스탄과 터키에서 육로로 물자를 트럭 운송하고, 러시아로부터 카스피해를 통해 화물을 받고,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을 경유해 중국과 이란을 잇는 철도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로들을 통해 상당한 양의 석유를 수출하는 손쉬운 방법은 없다.
영국 부르스앤바자르재단(Bourse & Bazaar Foundation)의 에스판디아르 바트만겔리즈 대표는 "이 경로들이 페르시아만에서의 차질을 완전히 보완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소규모 대안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미드 간바리 이란 경제외교 담당 외무부장관은 4일 이란 언론에 이란이 경제적 고통을 견딜 수 있다면서도 "모든 것이 정상이고 우리가 아무런 압박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전쟁 중이고 전쟁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경제적 고통
전쟁은 이미 피폐해진 이란 경제를 더욱 황폐화시켰다. 전쟁 직전, 고물가와 화폐 가치 하락으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졌고 정부는 유혈 진압했다.
이란 리알화 가치가 갈수록 빠르게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폭이 역대 최고치인 60%에 달한다.
이란인들은 튀르키예에서 식용유를 들여오고 있다. 사실상 모든 업종에서 대규모 해고가 보고되는 가운데 최소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상당수 공무원들이 두 달째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란 시민들이 생존을 위해 저축을 탕진하고 개인 물품을 팔아야 하는 처지임을 하소연하는 소셜미디어에 쏟아내고 있다.
경제 악화가 계속되면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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