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부 충돌 격화…핵 협상 놓고 강경파·온건파 파워게임

기사등록 2026/04/29 14:27:16 최종수정 2026/04/29 14:28:40

강경파 "협상은 손해" 총공세…갈리바프·협상팀 겨냥

하메네이 부재 속 권력 공백 확대…정책 노선 놓고 분열

[이슬라마바드=신화/뉴시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가운데)이 미국과의 회담을 위해 10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영접인사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2026.04.11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외부 위협에 맞서 결집했던 이란 권력 내부가 휴전 발효 3주 만에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대미 협상 여부를 놓고 이란의 강경파와 온건파 간 충돌이 격화됐다.

강경파는 협상 자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이달 초 파키스탄에서 JD밴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을 주도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초강경 성향의 '파이다리' 계열 정치인들은 협상단이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지침을 충분히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팀에 동행했던 강경파 인사 마흐무드 나바비안 의원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협상은 순전히 손해만 초래할 뿐이며 누구도 협상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핵 프로그램을 협상 의제로 포함시킨 것을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하며, 최고 지도자의 의중과도 배치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다른 강경파 정치인 알리 케즈리안 역시 국영 TV에 출연해 최고 지도자가 회담 지속에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의회 다수는 협상 지속에 힘을 싣고 있다. 전체 290명 의원 가운데 261명은 갈리바프 의장과 협상팀을 지지하는 성명에 서명했다. 다만 파이다리 핵심 인사들은 서명을 하지 않아 권력 핵심부 내 균열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도부 공백에 대한 우려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회담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최고지도자 취임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공습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지도자의 장기 부재는 정책 방향을 둘러싼 해석 경쟁을 낳으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오랜 기간 내부 갈등을 관리해온 기존 권력 구조가 약화된 가운데, 새로운 세대 지도자들이 복합 위기를 직접 감당해야 하는 국면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안보 기관과 연계된 매체 누르뉴스는 "이란이 역사상 가장 민감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이 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요구하면서, 지난 주말 파키스탄에서 예정됐던 2차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외부 압박과 내부 분열이 동시에 심화되는 가운데, 이란의 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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