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美 에너지 수출 '사상 최고'…수요 지속성은 의문

기사등록 2026/04/25 17:35:29 최종수정 2026/04/25 17:40:24

美, 지난주 하루 약 1290만 배럴 수출

亞, 美 원유 처리하도록 시설 고치려면 큰 비용 들 듯

유럽, 미국과 경색 관계 고려하면 크게 의존하기 쉽지 않아

"트럼프, 에너지 수출 정치적 지렛대 삼을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중동 사태 이후 미국 에너지 수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2026.04.25.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중동 사태 이후 미국 에너지 수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다만 이 같은 수요를 전쟁 후에도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석유 제품 수출량은 하루 약 129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박 추적 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도 급증해 지난달 최고치를 찍었다.

WSJ은 "지난 22일 기준 분쟁 이전보다 약 3배가 넘는 약 60척의 빈 유조선이 멕시코만 일대로 향하고 있었다"며 "이달 미국은 2001년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원유 순 수출국으로 전환될 뻔 했다"고 전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제한되면서 아시아, 유럽 지역의 미국산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협 봉쇄로 전 세계 공급량의 약 10%인 일일 1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걸프만 인근에 갇힌 상태다.

케플러에 따르면 미국의 아시아로의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은 3~4월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유럽도 전쟁으로 줄어든 카타르의 라스라판 LNG 물량 등을 보충하려면 미국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시 수요를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이어가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의 경우, 미국산 원유를 처리하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 에너지 인프라를 개조해야 한다. 아시아 정유 시설은 밀도가 높고 황 함량이 높은 중동산 원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밀도가 낮은 미국산 원유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 파룰 박시 연구원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개조 작업이 필요하다"며 "설계에만 몇 달이 걸리고 (원유를) 완전히 처리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역시 경색되는 대미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산 의존도를 마냥 높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참전 여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그린란드 인수 위협 등으로 양측 관계가 긴장되는 상황이다.

미국도 자체적인 제약이 있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있는 주요 석유 수출 시설은 유조선을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 용량에 다다르고 있으며, 새로운 인프라가 가동될 시점에는 중동 가격이 안정돼 미국산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에너지 부문 전무이사 헤닝 글로이스테인은 "우려되는 점은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수출을)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이 기후 정책, 안보, 관세 등에서 자국 이익을 위해 악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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