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징후 잡는다"…병원 안간 6세 이하 5.8만명 전수조사(종합)

기사등록 2026/04/22 13:16:35 최종수정 2026/04/22 14:26:25

정부,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 발표

학대피해아동쉼터 확대…전담공무원 인력 보강

아동학대범죄 법정형 강화 및 법률 개정 추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4.22. scchoo@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진아 기자 = 정부가 아동학대 위험에 놓인 위기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자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은 6세 이하 아동 5만8000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22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복지부가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성평등가족부, 경찰청과 함께 수립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생후 4개월의 영아가 친모의 학대로 숨진, 이른바 '해든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아동학대는 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해 보호자가 이를 은폐하는 경우 피해아동 발견이 어려운 구조다. 특히 직접적인 의사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는 학대 징후를 사전에 발견하거나 신고 후 보호·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는 지난 2024년 기준 5만242건이었고, 학대 판단 건수는 2만4492건이었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2020년 43명, 2021년 40명, 2022년 50명, 2023년 44명, 2024년 30명으로 최근 5년간 30~50명으로 조사됐다. 학대 가해자 중에선 부모가 최근 5년간 82~86%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아동학대의심사망사건 등을 분석해 위기아동의 조기 발견과 피해 회복 강화를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 약 41명이었던 연간 아동학대 사망 수를 2029년까지 30명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세종=뉴시스]아동학대 주요 현황.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6.04.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5월부터 전수조사…2세 이하 아동보호전문기관 전문가 동행

정부는 우선 위기 영유아의 학대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주력한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은 6세 이하 아동 약 5만800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한다.

예방접종이나 영유아건강검진 등을 받지 않은 아동이 대상이다. 5월부터 시작해 7월까지 1차, 7~9월 2차로 시행되며 분기별 약 3만명을 조사한다. 조사를 거부할 경우 일시를 지정해 2회 방문하고, 재방문에도 거부할 때는 경찰에 수사의뢰를 요청할 예정이다.

특히 2세 이하 아동이나 학대 이력이 있는 가정을 점검할 경우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가 동행한다. 아동학대 발견은 2세 이하 아동에서 더욱 낮게 나타나고 있다. 전체 아동의 학대 발견율은 2024년 기준 3.57%였으나, 2세 이하 아동은 2.42%에 불과했다. 2022년~2024년 아동학대 사망 아동 중 2세 이하는 46.8%에 달했다.

가정방문 점검 결과를 보고할 땐 증빙 자료 첨부를 의무화해 대면 점검 의무를 명확히 한다. 모두순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조사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아닌 읍면동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나가다 보니 기존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형식적으로 진행된 면도 있다"며 "전문 인력 동반과 함께 가정 내 가족사진이나 녹취록 등을 첨부하게 해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유아검진이나 생애 초기 건강관리 사업 등 의료서비스를 활용한 아동의 안전 점검도 확대한다.

의료진이 영유아검진을 할 때 아동의 몸에 외상 등 이상 여부가 없는지 세세히 관찰하도록 명문화한다. 2세 미만 영아 가정에 간호사나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 및 상담을 제공하는 생애 초기 건강관리사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의무교육 대상 아동의 취학 관리 등 보육·교육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어린이집·유치원에 무단 결석하는 영유아와 입학 연기를 신청한 취학 대상 아동의 안전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 24시간 어린이집에 장기 방치되는 아동 현황도 점검하고 필요시 관련 지침을 개선한다.

[세종=뉴시스]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오후 4시에 서울 노원구 소재 학대피해아동쉼터를 방문해 시설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종사자들을 격려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6.04.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화 쉼터' 시도별 시범운영…아동학대에 '자녀 살해' 명시 법 개정 추진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의 회복 지원도 강화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를 공급 부족 및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 15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영유아의 보호·치료·양육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특화 쉼터도 시·도별 1~2개소씩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아동학대 신고가 반복되는 가정의 아동 등을 보호하는 일시보호 요건 개선도 검토 중이다.

아동학대 조사·판단을 전담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인력도 보강한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지난해 기준 현재 892명이다. 1인당 연간 평균 담당 건수는 51건이다. 하지만 지자체별 약 25~118건으로 업무 편차가 발생해 인력 보충으로 이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아동학대살해·치사 등 아동학대범죄의 법정형을 강화하고, 자녀 살해를 아동학대로 명시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차경자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은 "현행법에는 아동학대 유형에 살인 및 미수죄가 규정돼 있지 않다. 특히 미수에 그쳤을 때 생존 아동을 위한 피해아동보호명령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동학대처벌법의 아동학대 유형에 살인죄 및 미수죄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의심 사망사건에 대한 심층적 분석 체계도 구축한다.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학대 의심 사망사건을 분석·심의하는 아동학대의심사망사건 분석 특별위원회도 설치·운영될 예정이다. 아동의 모든 사망 사례를 검토해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아동사망검토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보호자 교육과 예방적 지원도 강화한다. 아동 수당 등 양육지원급여 신청 시 부모 교육 링크, QR코드 등을 제공하고, 분산돼 있는 교육 콘텐츠를 정부24를 통해 종합적으로 안내한다. 아동학대로 신고됐으나 학대로 판단되지 않은 가정에는 양육코칭, 가족기능강화 프로그램 등 아동학대예방·조기지원시범사업을 계속 추진한다.

피해아동의 원가정 회복도 지원한다. 재학대 예방에서 효과를 보인 '방문 똑똑! 마음 톡톡!' 사업을 확대하고 가족 관계 개선을 위한 휴식프로그램 제공을 강화한다. 이 사업에 참여한 가족의 1년 이내 재학대 발생 비율은 2024년 기준 3.1%로 전체 8.7%의 3분의 1 수준으로 조사됐다.

장애아동 학대는 발달장애아동이 많은 점 등 특성에 맞게 제도를 개선한다. 아동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애아동 학대 사례 700건 중 발달장애아동 학대가 608건(86.9%)에 달했다. 특화 학대피해아동쉼터 확대를 추진하고, 관련 종사자들의 교육을 강화한다.

이 차관은 "아동학대는 삶의 전반에 치유하기 힘든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 가해지는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며 "아동이 안전한 사회로 만드는 정부의 책임을 잊지 않고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와 회복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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