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오르면 냉난방부터 포기한다"…고려대, '에너지 불평등' 연구 발표

기사등록 2026/04/17 16:18:33

비아파트 거주자가 아파트보다 에너지 비용 변화에 더 민감

소득 대비 주거비 30% 넘으면 에너지 소비 급감…'프리바운드 효과'

[서울=뉴시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박금령(왼쪽) 교수(제1저자), 더블린국립대 리차드 월드런 교수. (사진=고려대 제공) 2026.04.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시은 인턴 기자 =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때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는 현상이 비아파트 등 주거 취약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는 보건정책관리학부 박금령 교수 연구팀이 아일랜드 더블린국립대 리차드 월드런(Richard Waldron) 교수 연구팀과 함께 주거비 부담과 에너지 사용의 관계를 분석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진은 서울 공공임대주택 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같은 사람이 시간에 따라 겪는 주거비 부담의 변화와 냉난방 사용 변화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큰 시기에는 냉난방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고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처럼 비용 부담으로 인해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스스로 줄이는 현상을 '프리바운드 효과(prebound effect)'라고 한다.

시기와 주거 형태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주거비 부담이 있다'고 정의하는데, 새롭게 주거비 부담이 생길 때보다 부담에서 벗어날 때 에너지 사용이 대폭 증가했다.

아울러 주거비 부담이 생길 때 아파트 거주자는 에너지 사용의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비아파트 거주자는 비교적 큰 폭으로 냉난방비를 줄이는 등 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냉난방조차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단열이나 난방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에서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박 교수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은 단순히 비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 환경과 에너지 사용 개선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며 "특히 비아파트 등 취약한 주거 환경에 대한 에너지 효율 개선과 맞춤형 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정책 분야의 국제 학술지 '에너지 폴리시(Energy Policy)' 온라인에 지난 8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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