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설계한 단백질"…1.5조원 투자받은 '드노보' 무엇?

기사등록 2026/04/14 15:20:31

AI로 애초부터 원하는 항체 '설계'

신약 개발 초기의 병목 현상 해소

[서울=뉴시스] 갤럭스디자인으로 항체가 설계되는 과정 (사진=갤럭스 제공) 2026.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미국 AI 신약 개발 기업 나블라가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와 총 10억 달러 상당 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갤럭스가 드노보(완전히 새로운) 항체 설계에 성공하면서 'AI를 통한 단백질 설계'가 주목받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나블라 바이오는 지난해 10월 다케다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 수천만달러 규모의 선급금과 연구비를 받게 되며 향후 총 10억 달러(약 1조4790억원) 이상의 성과 기반 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나블라 바이오는 AI를 활용해 드노보(de novo) 치료제를 설계하는 AI 신약 개발 기업이다. 이번 연구에서 다케다의 초기 개발 단계 전반에 걸쳐 나블라의 생체분자 설계 플랫폼인 JAM(Joint Atomic Model)을 활용할 계획이다. 다중 표적, 다중특이성, 접근 어려운 표적 항체 개발을 위한 드노보 항체 설계가 연구에 포함된다.

드노보 항체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적으로 설계된,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말한다. AI를 활용해서 원하는 표적의 정확한 부위에 결합하도록 항체의 아미노산 서열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항체 발굴은 실험적 방법에 의존해 원하는 항체가 나올지조차 예측하기 어려웠고 발굴 과정에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수천만개 항체 중 '발견'하는 방식에서, AI를 통해 애초부터 원하는 항체를 '설계'하는 시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기술을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갤럭스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약 6곳 안팎에 불과하다.

이 시작을 가능하게 한 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다. 2024년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인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유기물로, 단백질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암 등 질병이 생긴다. 질병을 유발하거나 전달하는 타깃(단백질)을 찾는 건 신약 개발 첫 단계의 핵심이고, 그런 단백질을 '발견'하고자 많은 시간을 들였다. X선 결정학, 극저온 전자현미경 같은 실험 기술에 의존해 단백질 구조를 규명했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하나의 구조를 밝혀내는 데 수개월~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병목으로 작용해왔다.

알파폴드는 아미노산의 서열만으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해, 신약 개발·질병 치료 연구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켰단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설계에 초점을 맞춘 AI 플랫폼 'RF디퓨전'을 개발했고, 단백질 예측을 넘어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며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많은 수의 단백질을 무작위로 테스트해 원하는 단백질을 얻는 게 아니라, AI로 특정 치료 목적에 최적화된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갤럭스가 드노보(de novo) 항체 설계에 성공했다. 갤럭스의 핵심기술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단백질 설계 AI 플랫폼 '갤럭스 디자인'이다. 단순히 알려진 데이터를 학습해 유사 사례를 찾는 수준을 넘어, 단백질의 접힘 및 상호작용의 물리화학적 원리를 AI에 학습하도록 개발됐다.

갤럭스 관계자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질병 치료를 위한 최적의 단백질을 신속하게 설계함으로써 신약 개발 과정의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임상 성공률을 향상시키는 등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효과적인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력은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통해 관찰됐다. 갤럭스는 세계 최초로 다양한 치료 표적(타깃)에 대한 항체 설계에 성공해 범용성을 입증했고, 설계된 PD-L1 타깃 항체는 상용 항체치료제인 아테졸리주맙(면역항암제)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는 말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AI 기반 항체 설계 사례 중 가장 높은 결합 친화도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갤럭스는 현재 셀트리온, LG화학, 와이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공동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2월 42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쳤으며,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한다. 올 상반기 중 상장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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