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CEO에 직영 주유소 선제 인하 요청했지만…유감"
"공급가 인하분 흡수 용납 안 돼…정유사·주유소 책임 촉구"
고시 시행 일주일…정부, 비싼 값에 산 재고 상당 소진 판단
주유소 8.1%, 휘발유價 조정 없이 '버티기'…경유는 7.48%
GS칼텍스, 정유4사 중 가격 인하율 최저…11%는 미조정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일부 주유소에서 가격을 인상한 게 확인됐다. 특히 정유사 직영 주유소에서 싸게 들여온 휘발유를 다음 날 비싸게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유사를 향해 책임 규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22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정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를 불시에 점검한 후 소셜미디어에 '정유사 직영 주유소의 가격 인상, 납득하기 어렵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김 장관은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13일 낮은 가격으로 공급된 기름이 새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인 14일부터 18일까지 가격을 올려 판매해 온 곳을 불시에 점검했다"며 "현장 관리자에게 확인한 결과 판매 가격은 정유사 본사에서 결정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유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여러 차례 만나 직영 주유소의 선제적인 가격 인하를 요청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실로 유감스럽다"며 "본사에서 직영 주유소로 이어지는 가격 결정 과정을 확인해, 누가,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분명히 밝히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가격제에 따른 공급 가격 인하분을 주유소의 이윤으로 흡수하는 것을 비롯해, 모두의 위기를 틈타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정유사와 주유소의 책임 있는 선택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장관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경유 가격을 인상한 200여개 주유소 중 한곳을 찾아, 불법 행위 여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해당 주유소는 지난해 10월 휘발유 2만8000ℓ를 누락해 거짓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국석유관리원이 관할 지자체인 서울특별시 송파구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김 장관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 배경에는 도매가 상한을 묶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기름값 인하 속도가 더디다는 판단이 깔려 있어서다.
오를 땐 빠르게 인상됐던 기름값이 내릴 땐 천천히 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주유소별 재고 상황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고가격제 시행 일주일이 지난 현 시점에선 비싼 값에 들여온 재고는 상당 부분 소진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낮은 도매가로 사온 물량을 고시 시행 이전보다 비싸게 판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여전히 가격을 내리지 않고 버티는 주유소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부와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최고가격 고시 전인 12일 대비 휘발유 가격을 인하한 주유소는 91.90%로 확인됐다. 나머지 8.10%는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유사별로 보면 가격을 인하하지 않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GS칼텍스였다.
GS칼텍스는 전체 주유소의 약 11.67%가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 있었으며, HD현대오일뱅크(8.86%), SK에너지(8.02%), S-oil(4.43%)이 뒤를 이었다.
경유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체 주유소 중 경유 가격을 인하한 곳은 92.52%였으며, 7.48%는 가격을 인상하거나 변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유 가격을 인하하지 않은 비율 역시 GS칼텍스가 11.00%로 가장 높았고, HD현대오일뱅크(9.95%), SK에너지(6.52%), S-oil(3.28%) 순이었다.
감시단 관계자는 "최고가격 고시 이후에는 가격이 하향 조정됐으나 그 속도와 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격 상승과 하락 과정에서 비대칭적 조정이 발생함을 보여주는 결과로 정유사 가격 고지의무 등 기준 가격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주유소의 가격 결정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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