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조 근거 '10% 글로벌 관세' 24일 0시1분 발효
조만간 15%로 상향…국제수지 요건 놓고 법적 공방 전망
7월 24일 만료…연장 땐 의회 승인 필요, 정치적 부담 변수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에 굴하지 않고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글로벌 관세'를 전격 발효했다.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관세에 제동을 걸자, 즉각 다른 법령을 동원해 관세 전쟁을 이어간 것으로, 이번 조치 역시 법적 공방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122조를 근거로 한 '10% 글로벌 관세'를 0시 1분(한국 시간 오후 2시 1분)부터 발효했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나 달러 가치 하락에 대응해 대통령이 최대 15%의 긴급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추후에 15%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회입법조사국(CRS)에 따르면 122조를 근거로 실제 관세를 부과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사례다. CRS는 "이 조항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으며, 따라서 법원이 해당 조항의 문구를 해석할 기회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 역시 법적 공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22조가 상정한 '국제수지 위기'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무역적자'는 개념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국제수지 적자는 한 국가와 다른 국가 간 모든 금융·상업 거래를 포괄하는 개념인 반면, 무역적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CBS에 따르면 비당파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경제프로그램 책임자 필립 럭은 "122조는 외채를 상환할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국제수지 위기 상황을 전제로 한다"며 "미국은 무역적자가 크지만, 글로벌 시장에 자산을 계속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수지 위기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22조에 따른 관세는 최대 150일까지만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관세는 7월 24일 만료되며, 이후 연장을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케이토연구소의 통상 전문가 콜린 그래보우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22조 관세가 만료되더라도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명목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배터리, 주철 및 철제 연결 부품, 플라스틱 배관, 산업용 화학제품, 전력망 및 통신 장비 등 6개 산업 분야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투자자문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번 조치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이 14.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USMCA(미·멕시코·캐나다 협정) 면제와 의약품·농산물 등 일부 예외 품목을 반영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관세 돌려막기' 식의 정책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노스이스턴대 경제학과장인 국제통상경제학자 아샤 순다람은 "높은 관세 자체보다 더 해로운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대한 중장기적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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