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암선생문집·송자대전, 미국인 애런 고든이 골동상서 구입
미국 가져가 가족에 선물…사후 유족이 재단 통해 기증·반환
번암집, 미국인이 구매후 재미동포에 선물…美 소장자 기증
국가유산청 "추가 사례 조사·자진 반환 유도위해 후속 조치"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1970년대 미국으로 반출됐던 조선 후기 문집 책판 3점이 반세기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당시 국내에서 도난·분실된 책판 일부가 외국인에게 '기념품'으로 팔려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유산이라는 점에서 문화유산 국외 반출의 실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재단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 당시 제작된 '조선 후기 주요 인물 문집 책판 3점('척암선생문집', '송자대전', '번암집')을 미국인과 재미동포 소장자로부터 기증받았다고 9일 밝혔다. 책판은 저작물, 불경 등을 간행하기 위해 글씨를 새긴 나무 판이다.
이번에 반환된 책판들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하던 미국인들이 국내 골동품상에서 구입해 기념품으로 소장하거나, 지인에게 선물한 뒤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당시 국내에서 유실된 책판들 중 일부가 기념품으로 외국인들에게 반출된 전적이 있었기에, 이는 1970년대 문화유산 국외 반출의 실태와 양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했다.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1917년 판각된 유물로, 을미사의병 당시 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한 김도화(1825~1912)선생의 문집을 새긴 것이다.
책판은 당초 1000여점이 있었으나 현재는 일부만 남아있으며 2015년 '번암집'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등재됐다. 이번에 반환된 책판은 1970년 초 국제개발처(USAID) 한국지부에서 근무하던 미국인 애런 고든이 국내에서 구입해 미국으로 가져간 것으로, 사망 이후 보관되다 재단 미국사무소를 통해 기증 반환됐다.
'송자대전' 책판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만든 것으로, 1787년 초간됐다. 1907년 일본군에 의해 책판이 전량 소실되었다가 1926년 송시열의 후손과 유림들이 복각했다. 현재 남아있는 1만1023점은 대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반환된 책판은 애런 고든이 '첨암선생문집'과 함께 구입해 미국으로 가져간뒤 가족에게 여동생에게 선물했던 것이다.
'번암집' 책판은 조선 후기 문신이자 영조·정조시기 국정을 이끈 핵심 인물이었던 번암 채제공(1720~1799)의 문집을 새긴 유물이다. 전체 1159점 가운데 358점만 남아있으며 '척암선생문집'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 책판은 1970년대초 한국에서 근무하던 또 다른 미국인이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한 뒤 미국으로 가져가 재미동포에 선물한 것이다. 소장자 김은혜씨는 이 사실을 파악한 재단 측의 제안을 수락해 이번에 기증했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이번 유물 환수를 계기로 과거 문화유산이 기념품이나 전통문화상품으로 위장돼 해외로 반출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미국을 중심으로 추가 사례조사와 자진 반환 유도를 위한 후속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9일 강경화 주미대사와 함께 워싱턴DC 주미대사관 영사부 건물에 '대한민국 최초 대사관' 기념동판을 부착한다. 해당 건물은 1949년 대한민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설치한 대사관 건물로, 정부 수립 이후 외교적 기틀을 마련하고 6·25전쟁 당시 유엔군 참전을 이끌어낸 '구국외교'의 현장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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