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비례대표 의석 '3% 이상 득표' 위헌"…소수정당 국회 진입 수월해져

기사등록 2026/01/29 15:51:46 최종수정 2026/01/29 17:36:24

헌재, 공직선거법 189조 1항 위헌 결정…7대 2

"봉쇄조항, 새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 차단 효과"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01.29.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헌법재판소가 총선에서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 걸림돌로 작용했던 공직선거법상 '정당지지율 3% 봉쇄' 조항을 위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소수 정당이 정당 득표율 3% 미만이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수월해졌다.

헌재는 29일 오후 노동당, 미래당, 진보당, 녹색당 등이 공직선거법상 '3% 봉쇄 룰(제189조 1항 1호)'은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9인 중 7명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3% 봉쇄 룰은 임기 만료에 따른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즉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게만 국회 비례대표 의석을 주고 그 미만은 의석을 주지 않는 조항이다.

현재는 청구가 제기된 조문 외에도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5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고 정한 같은 항 2호도 위헌 결정했다.

최저득표율 요건만 위헌으로 선언하고 무효화하면 오히려 허들이 더 높은 지역구 의석 요건만 남게 되는 만큼 조항 전체에 대해 위헌 결정한다는 취지다.

이번 심판을 청구한 정당들은 지난 2020년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냈으나 정당득표율 미달로 원내 진입에 실패한 소수 진보정당들이다.

당시 노동당은 0.12%, 미래당은 0.25%, 진보당은 1.05%, 녹색당은 0.21%를 각 득표했다.

헌재는 지난 2024년 4·10 총선에서 정당지지율 0.01%를 득표하는 데 그친 대한상공인당 소속의 비례대표 후보 이모씨 등 4명이 같은 취지로 낸 헌법소원심판에 대해서도 병합해 이날 함께 판단했다.

김상환 헌재소장 등 7명의 다수의견은 "사회공동체에서 필요로 하는 국민적 합의의 도출을 방해하거나 의회의 안정적 기능을 저해시키는 정도가 아니라면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례대표의석배분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제정당 기자회견에서 소수정당 대표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왼쪽부터 이상현 녹색당 대표, 이백윤 노동당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2026.01.21. suncho21@newsis.com
이어 "우리나라는 일찍이 거대양당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이러한 경향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3% 봉쇄 조항'이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해 의회가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정당의 세력만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저지조항을 폐지하는 경우를 상정해 22대 총선의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다시 계산해보면 정당 일부가 원내에 진출하게 되나 그 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저지조항을 폐지하더라도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인해 의회 기능이 마비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했다.

군소정당의 난립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거대 양당제 고착이 더 문제라 본 것이다.

헌재는 또 우리나라 국회의 비례 의석 비율(300명 중 46명)이 낮은 점,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다수대표제 지역구 투표의 특성상 봉쇄조항이 없어져도 군소정당이 난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저지조항은 유권자로 하여금 저지선을 넘지 못하리라 예상하는 소수정당에 투표를 기피하도록 유도한다"며 "소수정당이 원내진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과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 재판관과 조한창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두 재판관은 "오늘날 극단주의 세력이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로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중도정당보다 빠르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극소수의 지지만을 받고 있는 극단주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그 활동이 크게 고무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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