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안 발표
"사용자성 인정된 의제만 원하청 교섭"
"매각 반대 파업 불가…정리해고 가능"
"일반 도급관계면 사용자 인정 어려워"
노동부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안)을 행정예고했다. 예고기간은 이날부터 내달 15일까지다.
법은 시행만을 앞두고 있지만 확대된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하다는 노사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노동부는 해석지침을 통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하청노조가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하려면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노동부는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가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원청사용자가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구조적으로 제약해 하청사용자가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제한되는 경우다.
또 노란봉투법에 따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됐는데, 해석지침은 결정이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추상적, 잠재적 수준에 그치면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결정은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쟁의 대상이 아니게 됐다. 다만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은 파업 등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
다음은 지난 22일 열린 해석지침 설명회에서 노동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노동안전,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별로 사용자성 예시를 들었는데. 가령 다른 조건에 대해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았으나 노동안전에 한해 인정됐다면 교섭 대상도 노동안전에 한정되는건가.
"맞다. 노사 교섭 과정에서 교섭의제를 두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법리적으로 노동안전 의제에 한해 (원청사용자의) 교섭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다른 예로 A라는 하청이 인력운용 외 근로시간 등을 자유롭게 정하고 이행한다면 인력운용에 한해서만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사측이 매각을 추진할 때 노조가 이에 반대해 쟁의행위를 하면 불법인가.
"순수하게 기업 경영상 판단 만을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순 없다.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도 불가능하다. 다만 합병, 매각 등 결정 이후 이행 과정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이 발생하면 근로조건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동을 초래하기 때문에 쟁의행위 가능하다."
-기업의 해외공장 신설은 단체교섭 대상이 되나.
"기업의 해외 투자 등은 그 결정 자체로는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적인 근로조건 변동을 초래하지 않아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
-지금 석유화학 업종 등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노조가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나.
"구체적 사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 배치전환 등은 단체교섭 대상이다. 그 기준에 따라 교섭이 이뤄질 수 있지만 산업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어 살펴봐야 한다."
"일단 원하청 관계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교섭이 가능하다. 직접고용은 법률상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지침에서 노동쟁의로 인정하는 건 정규직 전환 자체가 아니고 전환을 위해 향후에 어떤 기준을 설정하느냐 등 '이익분쟁(향후 결정될 부분)'이다. 반면 정규직 지위가 있다, 없다는 권리분쟁(이미 결정된 부분) 사항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론 쟁의 대상이 아니다."
-원청이 하청과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장하지 않을 경우 쟁의행위 대상인가.
"이 질문은 기본적으로 원청사용자가 하청근로자의 모든 근로조건을 책임진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런데 우리 지침은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안에서만 책임을 지라고 한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과 복리후생을 책임질 원청에게 근로자 지위 등도 책임지라고 하면 그 범위를 벗어난 것. 만약 원청이 근로자 지위까지 개입한다면 그 경우는 '하청 사장' 없이 직접 고용된 관계라는 판단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해석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노사는 어떤 부분을 요구했나.
"노사의 상반된 의견이 있었다. 경영계는 구체적으로 모든 것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노란봉투법 시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개별적인 세부적 기준을 만들면 사용자 범위를 제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너무 두루뭉술하게 할 수 없어서 중심을 잡아 마련했다. 지침은 법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입법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법리적 자문을 많이 받았다."
-사용자 입장에선 가이드라인이 너무 포괄적이라고 보지 않을까. 사용자성 인정이 웬만하면 다 인정될 것 같은데. 하청 근로시간, 임금, 복리후생 이런 것까지 다 포함돼 있다.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도급관계까지 구조적 통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부분 (원청과)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납품형 외주 하청을 예로 들겠다. 하청이 독립된 설비로 완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물량 도급관계다. 이 경우 원청이 '부품 생산을 언제까지 해달라', '어떤 품질로 해달라' 등 요구를 하는 것 일반적인 도급관계로 볼 수 있다.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는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은 예외적 상황이다. 쉽게 말해 대부분이 독자적, 자율적으로 물건을 만들어 납품한다."
-해석지침에 따라 법의 모호성이 해소됐다고 보나.
"전체적인 법문의 해석과 판단 시 어떤 내용을 고려해야하는지 정리했다. 근로조건에 관한 구조적 통제에 해당하는 기준과 예시도 제시했다. 다만 예시 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예고 기간 노사 당사자, 전문가 등이 더 좋은 예시를 제시해주면 보완해서 지침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사업주 입장에서 이를 따르지 않고 법원으로 가면 지침 취지가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이번 해석지침의 기본 토대가 법원의 판결이다. 이를 무시하고 법원에 갈 순 있지만 간다고 해도 지침과 유사한 판단이 나올 것이라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 노동부는 행정력을 토대로 지방관서 및 노동위원회에서 법을 집행하고 노사를 지도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현장 관행 등을 형성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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