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 진료 응급환자 등 예외적 허용
복지부 "왕진이라도 절차 지켜야 합법"
의사단체 "주사이모는 유령의대" 주장
박나래측 "왕진요청…법적 문제 안돼"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사이모'는 불법으로 주사기를 놔 주는 인물을 지칭하는 은어로, 비의료인이 타인에게 주사나 링거 등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앞서 한 매체는 박나래씨가 의사 면허가 없는 지인으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의료행위와 약 처방 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전 매니저 등은 디스패치에 박씨가 일산 한 오피스텔에서 링거를 맞는 사진 등을 제보했다. 우울증 치료제(항우울제)를 처방없이 받아 복용했고 해외 촬영에도 이씨를 동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쟁점은 이씨가 국내법상 의료인이 맞는지 여부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허가받지 않은 의료인'(혹은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이씨가 비의료인이 맞을 경우 비면허 행위로 불법이다.
외국의 면허를 가진 의사도 일정 조건 하에 제한적으로 의료행위가 허용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건의료 재난 위기 등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허가를 받더라도 해당 의사는 대형 병원에 배치되고 책임 전문의 감독 하에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에서 면허를 취득했더라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하려면 따로 의료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며 "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해도 국내에서 의료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국가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같은 국가라도 대학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번 사례가 해당되는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병원 밖에서 한 진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의료법 제33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원칙적으로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업을 할 수 있다. 다만 ▲응급환자 진료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가정간호를 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상 기본적으로 응급환자 등을 제외하고는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의료법 위반 소지는 있다"며 "환자 요청으로 왕진을 했더라도 진료기록부 작성, 처방전 발행 등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지키면서 병원 밖 의료행위를 했느냐를 살펴봐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주사이모 이씨가 나온 대학이 '유령의대'라는 주장도 나왔다.
의사단체인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은 성명을 통해 "박나래 주사이모 나온 포강의대 실체는 유령 의대"라며 "(이씨가 다녔다고 주장한) 포강의과대학이라는 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의모에 따르면 중국령 내몽고에 위치한 의과대학은 ▲내몽고의과대학 ▲내몽고민족대학 의과대학 ▲내몽고적봉의대(치펑의대) ▲내몽고포두의대(바오터우의대) 네 곳 뿐이다.
공의모는 "이씨가 교수로 역임했다고 주장한 포강의과대학은 162개 의과대학 명단 어디에도 없었다"며 "월드 디렉토리 오브 메디컬 스쿨스(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에서 확인되는 171개 의과대학 등 다른 모든 집계에서도 내몽고 소재 의과대학은 위 네 곳 뿐이었으며, 포강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의과대학 졸업자는 한국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이씨가 설령 중국에서 인정된 의대를 졸업하고 중국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은 중국 의과대학 졸업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중국 의대 졸업자가 한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한국에서 의료행위를 한 경우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박나래씨 측은 "의사 면허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프로포폴 등이 아니라 단순 영양제 주사를 맞았다"는 입장이다.
박씨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광장은 "박나래씨의 의료 행위에는 법적으로 문제 될 부분이 전혀 없다"며 "바쁜 일정으로 내원이 어려워서 평소 다니던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에게 왕진을 요청해 링거를 맞았을 뿐이며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합법적 의료 서비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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