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장들 "계엄전담재판부·법왜곡죄 위헌성 커"(종합)

기사등록 2025/12/05 20:42:31

법원장들 "재판 중립성 훼손…심각한 우려"

조희대 "사법제도 개편, 신중하게 이뤄져야"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전국 법원장들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계엄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등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54분까지 5시간54분 동안 전국법원장회의를 진행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하고, 각급 법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법행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통상적으로 매년 12월 정기회의가 개최되는데 지난 9월에는 임시회의가 소집돼 열린 바 있다. 당시 법원장들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사법개혁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대법관 증원과 법관평가제도 변경 등에 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기회의에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및 각급 법원 법원장 등 총 43명이 참석해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두 법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의 연내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법개혁안에 관한 보고도 이뤄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계엄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사건을 전담으로 하는 재판부와 영장전담판사를 두도록 한다. 법원 외부 위원들이 재판부를 선정하게 된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전국의 각급 법원장들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05. photo@newsis.com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는 판사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조작한다면 10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자격 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대법원장과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시켰다.

법원장들은 두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는 데 뜻을 모았다. 또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을 비롯한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제도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우리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장들은 "관련 사건의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므로 국민께서는 사법부를 믿고 최종적인 재판 결과를 지켜봐 주길 부탁드린다"며 "각급 법원은 재판의 신속하고 집중적인 처리를 위한 모든 사법행정적 지원을 다할 것임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했다.

한편 전국 법원장들은 국회를 중심으로 법원과 사법제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존에 준비했던 사법보좌관 인사 제도 개편 방안과 법관 윤리 제고를 위한 감사 강화 방안, 예산의 전문화 및 집행 과정 유의점 등 3가지 토론 주제는 서면 보고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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