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지능의 1만 배"…초인공지능(ASI) 실현 가능할까

기사등록 2025/12/06 06:00:00

챗GPT가 연 AGI 시대…빅테크 기업은 ASI 도약 준비

이재명·손정의 회동…"정부 차원서 ASI 대비할 것"

'마케팅 거품' 지적도…"아직은 공상과학에 불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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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주영 기자 = 인공지능(AI)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챗GPT와 제미나이가 쏘아 올린 생성형 AI는 업무, 창작, 분석 등 일상 속 영역을 이미 차지한 지 오래다. 업계와 이용자의 시선은 인간과 대등한 수준인 '범용 인공지능(AGI)'을 넘어 인간을 초월하는 '초인공지능(ASI)'으로 향하고 있다.

5일 이재명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깜짝 회동은 초인공지능으로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과 만난 손 회장은 "AS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국내 AI 인프라 사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같은 AI 큰손들과 만나 한국이 AI 강국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손 회장과 만나 "AI 역량을 상하수도처럼 모든 국민이 누리는 초보적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AI 기본사회 기치를 내걸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접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2.05. bjko@newsis.com

◆AGI를 넘어 ASI로…메타, 초지능연구소 설립

최근까지만 해도 AI 업계의 화두는 단연 AGI였다. AGI는 특정 작업만 수행하는 좁은 개념의 ANI와 달리 인간처럼 사고하고 학습하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최근 오픈AI,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GI 달성을 기정사실화하고 다음 단계인 ASI로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ASI는 AGI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이다. 단순히 인간과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AI를 의미한다. 손 회장은 "인간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ASI가 10년 안에 올 것"이라며 AI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것을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ASI 시장 선점을 위한 전쟁에 나섰다.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ASI 개발을 위해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을 논의하거나, 독자적인 AI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메타는 ASI 개발을 목표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6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메타 초지능 연구소(MSL)'를 설립하고 애플 등 경쟁사에서 AI 인재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AI가 스스로 코드를 짜고 자신을 개선하며 진화하는 '특이점'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리인벤트' 행사에서 독자 신규 AI 칩 '트레이니움3'과 이를 기반한 울트라 서버를 출시했다. AWS는 전작보다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사용량, 엔비디아 GPU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AI 모델을 학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WS가 클라우드-AI 칩-AI 모델로 이어지는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첫발을 뗀 셈이다.

◆"실체 없는 마케팅 용어"…지나친 낙관론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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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GI도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 ASI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는 현재의 거대언어모델(LLM) 방식이 가진 한계를 우려한다.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답변을 내놓는 지금 방식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추론이나 자의식을 가진 초지능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AI가 물리 법칙을 이해하거나 인간 수준의 상식을 갖추기까지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ASI라는 용어가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AI 개발 과정에서 당장의 수익 모델이 불투명해진 기업들이 일반 대중에게 낯선 개념을 이용해 기대감을 연장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맹성현 태재대학교 AI융합전략대학원장은 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ASI는 AGI 다음에 오는 단계를 설명하는 용어로 아직 학계에서도 구체화하지 않은 개념"이라며 "ASI는 아직 공상과학에 가깝기 때문에 기업인이나 과학자가 언급할 만한 전문용어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GI가 현재 어디까지 실현돼 있는지는 산업계와 학계에서 어느 정도 합의됐지만, ASI를 준비한다는 말은 굉장히 앞선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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