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벗' 소주, 55년간 가격 20배 오를 때 도수 20도 낮아졌네

기사등록 2025/11/27 16:24:08

한국물가정보, 1970년부터 올해까지 55년간

주요 품목 물가변동 모은 '종합물가총람' 발간

소주 값, 1970년 65원→2025년 1260~1340원

소주 도수, 1920년 35도서 현재 14도대로↓

[서울=뉴시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동숭길 순대실록 식당에서 웹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전통 안동소주 '자가소주' 출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대동여주도 제공) 2025.11.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소주 한 병 가격이 1970년 이후 지난 55년 동안 20배 이상 오르는 동안 도수는 20~30도에서 10도대까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격은 물가를 따라 자연스럽게 올랐지만 여전히 저렴한 '가성비 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수는 젊은 층과 여성 층을 중심으로 저도수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이런 내용을 담은 '종합물가총람'을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총람은 한국물가정보 창립 55주년을 맞아 1970년부터 올해까지 주요 생필품의 가격 변동을 집대성한 책이다.

한국물가정보 조사에 따르면, 1970년 소주 한 병(360㎖) 가격은 65원이었다. 당시 쇠고기 500g이 375원, 돼지고기 500g이 208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소주 값이 저렴하지 않았다는 것이 물가정보 설명이다.

소주 가격은 1975년 처음 100원대를 넘었고, 1980년대 200원대, 1988년 350원, 1989년 450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IMF 외환위기 시기였던 1998년 600원대로 올랐다.

이후에도 소주 가격은 빠르게 올라 2000년 830원, 2003년 950원으로 뛰었고, 2004년에는 1030원을 기록하며 1000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2016년 1000원대, 2019년 1200원대를 찍었고, 지난 11월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1260~1340원 선으로 나타났다. 55년간 약 20배 오른 셈이다.

물가정보 관계자는 "음식점 판매가가 4000~6000원대까지 높아졌음에도 소매점 기준 소주는 여전히 '가성비 술'로 평가 받는다"고 설명했다.
[마닐라=뉴시스] 사진은 지난 5월 19일 필리핀 마닐라의 현지인 인기 한식당인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에서 필리핀 젋은이들이 하이트진로 소주와 안주 삼겹살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 하이트진로 제공) photo@newsis.com

반면 도수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1920년대 증류식 소주 도수는 35도에 달했으나, 1960년대 30도, 1970년대 25도로 낮아졌다.

1990년대 들어서는 21도·23도 제품이 잇달아 출시됐다. 2006년에는 19.8도 소주가 출시되며 20도 장벽이 깨졌고, 2014년 17도대, 2019년에는 16도대 제품이 등장했다.

2023년 대전·충남·세종 지역 소주 제조업체 선양소주에서 14.9도 소주를 출시하며 역대 최저 도수를 기록했다.

도수 하락의 배경에는 소비자 취향 변화가 있다는 것이 물가정보의 분석이다.

물가정보 관계자는 "예전처럼 독한 술을 빠르게 마시기보다, 가벼운 도수의 술을 천천히 음미하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20~30대 젊은 층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도수가 낮은 소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25도가 진짜 소주'라거나 '14도는 소주가 아니라 물이다'는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수를 낮추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일정 수준 이하로 알코올이 떨어지면 이른바 '물비린내'가 나면서 소주 본연의 맛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14.9도 제품을 출시한 업체가 맛의 균형을 위해 산소숙성공법과 곡류 증류 원액을 적정 비율로 첨가해 물비린내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소주 업계의 경쟁은 '얼마나 낮은 도수에서도 소주의 맛을 유지하느냐'가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물가정보의 시각이다.

한편 한국물가정보 '종합물가총람'은 1970년 이후 생필품·식품·공산품 등 주요 품목의 장기 가격 변동을 담아 소비 패턴과 생활경제 변화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세종=뉴시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창립 55주년을 맞아 1970년부터 올해까지 주요 품목별 물가 변동을 집대성한 '종합물가총람'을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물가정보 제공) 2025.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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