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中서 AI칩 대량 주문 없어"
美 수출 통제·현지 경쟁 등 여파
삼성·SK, HBM 공급망 악영향 촉각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와 중국 현지 기업들과의 AI 칩 공급 경쟁으로 인해 중국에서 엔비디아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국내 메모리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중국향 AI 칩에 상당 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엔 지정학적 이슈와 현지 경쟁 심화로 중국 시장에서 (AI 칩의) 대량 주문은 없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수출용 저성능 AI 칩들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잇따른 중국 수출 금지 조치, 현지 기업들의 값싼 AI 칩 물량 공세로 엔비디아의 현지 매출과 점유율은 급락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칩 'H20'의 3분기 매출은 5000만 달러(730억 원)에 그친다. H20의 매출은 당초 20억~50억 달러(3조~7조3500억 원)로 점쳐졌지만,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4월 미국 정부의 통제로 H20의 수출을 중단한 뒤 7월에 다시 판매에 나섰지만 좀처럼 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을 겨냥해 개발해온 최신 중국 수출용 AI 칩 'B30A'는 최근 미국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를 받게 됐다. B30A는 H20에 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수익성도 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엔비디아는 중국 내 AI 칩 판매 확대를 위해 미국과 중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중국 판매 부진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에 중국 매출을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메모리 업계도 HBM 공급망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지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미국 빅테크들 중심으로 최신 HBM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중국 또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뤄지고 있어 향후 AI 수요가 폭증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회복이 더딜수록 국내 메모리 기업들도 중장기적으로 중국발 AI 수혜를 받기 어려워진다.
엔비디아가 현재 판매 중인 H20에는 구형 HBM인 4세대 'HBM3'가 들어가지만, 미국 정부의 통제 대상에 들어간 B30A에는 최신 5세대 'HBM3E'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았다.
B30A은 H20보다 2배 비싸지만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이 구매를 원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무역 협상 카드로 여겨지기 시작한 이상 중국 내 AI 칩 판매 회복은 단기간에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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