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품절…'메모리 병목' 현상 뚜렷
"공급이 병목 되는 시대로 접어들어"
삼성·SK, 평택·용인 등 신공장 증설 속도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GPU에 탑재할 고성능 메모리 공급은 갈수록 부족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생산능력(캐파)을 최대한 빨리 구축해야 AI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GPU 품절 속 '메모리 부족' 우려
19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블랙웰 판매는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GPU는 이미 품절됐다"고 밝혔다.
최근 'AI 거품론' 우려가 커졌지만 시장 예상보다 엔비디아의 GPU 판매 속도가 더 빨라지는 모습이다.
황 CEO는 "컴퓨팅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우린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으며, AI 생태계는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올해 3분기 전체 매출 중 데이터센터 매출은 512억 달러(75조264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으로, 업계에서는 메모리 병목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 GPU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가 대량으로 필요한데, GPU 판매 속도가 워낙 빨라 메모리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GPU인 '블랙웰'에는 5세대 'HBM3E 12단'이 8개 들어간다. 또 엔비디아가 내년에 내놓을 차세대 GPU '루빈'에는 6세대 'HBM4' 8개, 2027년 출시할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탑재될 전망이다.
해마다 고성능 GPU가 나오고 있지만 이에 필요한 HBM의 개발 난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더 높아지고. 필요한 칩 개수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뿐 아니라 AMD, 브로드컴 등 다른 빅테크들의 HBM 주문까지 메모리사들에 몰리는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SK AI 서밋'에서 "GPU 성능은 매년 향상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 공급 속도는 그 수준에 못 미친다"며 "공급이 병목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K, 캐파 확보 총력…"AI 수혜 좌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시설 증설로 메모리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캠퍼스 2단지 5라인의 건설 공사 재개를 발표했다. 5라인은 오는 2028년 본 가동에 들어가며 투자금만 60조원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HBM4 등 차세대 HBM 제품들이 집중 생산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027년부터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첫 번째 공장을 가동한다.
마찬가지로 HBM4와 HBM4E 등 차세대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SK는 중장기적으로 용인클러스터에만 600조원을 투입한다.
양사는 특히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기로 했는데, AI를 공정 전반에 활용해 메모리 생산을 얼마나 효율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 간 HBM 시장 주도권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본다. 새로운 라인을 짓는 즉시, HBM 생산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복수 벤더 체제'를 본격화한 것은 HBM 공급이 벌써부터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메모리 병목 해소가 AI 산업 성장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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