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영어유치원 입학 시험이나 레벨 테스트를 일컫 '4세 고시'까지 등장한 한국 사회. 아이들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약을 먹으며 학원에 가야하고, 우울증·불안장애 등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동·청소년 환자 수는 최근 4년 새 2배 가량 늘었다.
7세는 물론 4세에게까지 '고시'라는 이름의 조기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청소년을 넘어 유아 우울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 사람의 온전한 성인으로 아이를 길러내는 과정자체가 초경쟁사회 대한민국에서는 몇 배, 몇 십 배 더 힘든 고통의 시간이 되고 있다. 그만큼 부모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간 '공부만 잘하는 괴물로 키울 수는 없습니다'(나비의 활주로)는 성적에 매몰된 교육이 아닌, 자녀가 스스로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참교육'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교육서라기보다는 오히려 한 부모의 고백록에 가깝다.
세 아이를 키운 저자 소피(김민영)는 자녀 교육에 집착하면서 자신이 '괴물'이 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고, 이후 자녀는 물론 자신을 위한 교육방식을 새롭게 찾아나선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부모의 간섭은 최소화하되,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며 자기 삶을 책임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침을 실천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자녀들의 태도 변화와 성숙은 독자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단순한 경쟁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시대 모든 부모와 교육 당사자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던지고, 행동을 촉구한다.
우리 사회의 경쟁 교육 속에서 성장한 한 당사자로서, 그는 더 이상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는 괴물'이 되어 무책임한 엘리트의 계보를 잇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희망은 외부의 개혁이나 정부의 대책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온 '우리'가 그 시스템을 거부하고 바꾸려는 실천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또 저자는 자신이 이끌었던 자기성찰적 독서공동체 '우리들의 숨쉬는 터전' 활동을 언급하며, 지금 부모 세대가 반드시 함께 읽어야할 책들을 소개한다.
"가령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혹은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해줄 수는 있지만, 결국 아이들의 머릿속에 혹은 마음속에 최종적으로 구축되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정의는 그 아이들 스스로가 내리는 것이라는 의미다. 저마다 다를 것이고, 같은 정의를 내리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얘기다. (중략) 어쩌면 매 순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151쪽, '내적 질서가 구축되는 법' 중)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