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모두의 행복"…장애인기업 성장은 '현재진행형'

기사등록 2025/10/26 07:01:00

장애인 창업경진대회 대상 수상한 '이푸'

장기종 도움 받은 '블루기업' '콘텐츠랩스'

장기종 "유망기업 키우고 인식 개선할 것"

[서울=뉴시스] 필터 전문 제조 업체인 장애인 기업 '이푸(EPU)' (사진=이푸 제공) 2025.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척수 장애인의 날(1일), 시각 장애인을 위한 흰지팡이의 날(15일), 장애인 직업 재활의 날(30일) 등. 10월은 '장애인의 달'이라고 불릴 정도로 장애와 관련된 날이 많다. 여러 기념일만큼 우리 주변에도 17만 곳이 넘는 다양한 장애인 기업이 있다.

김재준(52) 이푸(EPU) 대표는 2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행복하게 일하는 회사를 세우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며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경증 장애가 있는 김 대표가 운영 중인 이푸는 지난해 1월 설립된 필터 전문 제조 업체이자 장애인 기업이다. 현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규칙에 따른 고용 인원 및 비율 등도 충족해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비록 업력은 짧지만 이푸가 그간 거둔 성과는 베테랑 기업 못지않다. 초음파 진동식 방향 장치라는 자체 특허 기술로 제작한 스마트 친환경 디퓨저로 올해 장애인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장애인 직원과 비장애인 직원이 함께 향 개발에 돌입해 대회 출품까지 꼬박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고용 규모도 창업 당시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장애인 직원 수는 4명에 불과했지만 1년 새 14명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눈높이에 맞춘 채용 절차와 지속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고속 성장 비결로 꼽았다. 이푸는 지체·발달·정신·시각·청각 장애 등으로 유형을 나눠 장애별 특성을 고려한 면접을 실시한다. 또 장애인이 수혜의 객체가 아니라 베풂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매주 목요일 회사 구내식당에서 '1000원 밥상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장애인 기업이라서 힘들었던 점은 없다. 오히려 사업을 할 때 장애인 기업인 덕분에 시너지를 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장애인 기업의 경우, 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이 최대 1억원까지 가능하고 공공기관 공모 사업에서 가산점이 부여된다.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청년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사회 진출할 기회가 많이 없다"며 "우리처럼 장애인 고용 친화적인 기업이 많아져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하는 장애인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서울=뉴시스] 광고 전문 회사인 장애인 기업 '블루기업' (사진=블루기업 제공) 2025.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장애인 기업 대표들은 도약 과정에서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장기종)의 도움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광고물 제작 업체인 블루기업의 이미경(55) 대표는 "장기종 매니저님들이 많이 지원해 주셔서 지난 2016년에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편집 디자이너 경력뿐이던 이 대표는 장기종의 창업 교육을 들으며 사업을 준비했다.

특히 코로나19로 힘들던 시기 장기종의 보증금 지원 사업은 큰 힘이 됐다. 이 대표는 "처음에 가진 게 하나도 없었는데 장기종에서 보증금 1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래서 5년간 보증금 걱정 없이 임대료만 내면서 사업을 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어려운 시기를 버틴 블루기업은 1인 기업에서 18명의 직원을 둔 어엿한 10년 차 회사로 성장했다. 이 중 8명이 장애인 직원이다. 누구보다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돕고 싶었던 지체 장애 5급인 이 대표가 해 온 노력의 결실이다.

올해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을 받는 경사도 생겼다. 까다로운 서류 절차와 필수 편의시설 설치 문제로 준비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장기종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줬다.

이 대표는 "장기종 매니저님과 팀장님이 '그래도 도전해 봐야 하지 않겠냐.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고 얘기하면서 기둥 역할을 해주셨다"며 "이번에 인증받은 만큼 더 성장해서 장애인 채용과 직원 복지 혜택을 늘려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전경 (사진=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제공) 2025.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장기종 지원을 받아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이룬 장애인 기업도 있다.

윤태원(41) 대표가 세운 인공지능(AI) 기반 미디어 제작사 콘텐츠랩스는 장기종의 해외 투자설명회(IR)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중앙아시아로 진출을 시도했다. 그 결과 2년 전 자사 메타버스 기술로 카자흐스탄 의료기관의 원격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첫 해외 수출 실적을 올렸다.

윤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장애를 얻게 됐고 그때부터 관심사가 달라졌다"며 "사람과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3년 차를 맞은 콘텐츠랩스는 AI를 접목한 수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윤 대표는 "경험의 차이를 뛰어넘을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장애인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밖에 나와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그간 '장애인 기업이라서 계약이 쉽게 되겠지. 비장애인의 눈높이에는 못 맞추겠지'라는 편견을 깨왔다"며 "앞으로도 다른 장애인 기업을 위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기종은 장애인 기업 인식 제고와 유망 장애인 기업 육성에 힘쓸 예정이다.

장기종 관계자는 "장애인 기업이 시장에서 동등한 경제 주체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과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기업을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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