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총 의결…표 대결 최대 관건은?

기사등록 2024/12/03 15:55:02

고려아연, 내년 1월23일 임시 주총 열어

의장직 사수하며 임시 주총 주도 의도

주주명부 폐쇄 전까지 지분 확보 싸움

영풍 측, 지분율에서 6%p 앞선 상황

최윤범 회장 측, 국민연금 설득에 사활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등의 내용을 포함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4.11.13.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내년 1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을 열어 영풍 측과 이사 선임 등을 위한 표 대결에 나선다. 최윤범 회장 측이 이 임시 주총에서 어떤 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영풍 측과 최 회장 측 지분 경쟁과 이에 따른 이사 확보수,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표심 등이 이번 임시주총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후 1시30분에 열린 이사회에서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총 개최 안건이 의결됐다.

최윤범 회장 측이 임시 주총 개최를 확정한 것은 임시 주총 의장직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경쟁자인 영풍 측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제기하면서, 임시 주총 의장으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선임한다고 밝힌 상태에서 고려아연이 임시주총 개최를 수용하면 최 회장 측이 주총 의장을 정할 수 있다.

◆영풍 측 추천 이사 14명 선임 가능성은?
영풍 측은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도 도입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14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해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고 집행임원제도를 통해 최윤범 회장을 경영에서 배제시키려는 의도란 해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는 13명으로 이 중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영풍 측이 계획대로 14명 이사를 모두 선임하면 고려아연 이사회는 영풍 측 15명, 최 회장 측 12명으로 꾸려진다. 영풍 측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의 이사 모두가 이사회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회 이사 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지만, 현재 이사회 이사 수를 넘어서는 이사를 한 번에 선임하는 것에 대해 주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이사회 이사 선임은 주총 보통 결의 사항이다. 통상 이 결의는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과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출석 주주의 수에 따라 필요한 지분율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고려아연 주주 100%가 임시 주총에 출석하면, 최 회장 측과 영풍 측 모두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다.

반대로 출석 주주 수가 줄면 영풍 측이 단독으로 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 vs 영풍 지분 경쟁, 판도는?
고려아연이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총을 개최하려면 주주명부 폐쇄 일자부터 정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정관에서 임시 주총 개최를 위한 주주명부 폐쇄 일자는 이사회 결의로 정하고, 이를 2주 전에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공고 기간에는 주주명부를 폐쇄해야 한다.

예컨대 최 회장 측이 주주명부 폐쇄 일자를 임시 주총 하루 전인 내년 1월 22일로 잡을 경우 1월 8일까지는 주주명부 폐쇄를 공고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주주명부 폐쇄까지 약 5주간 시간이 남아있는데, 임시 주총 준비 등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대략 3주 정도가 남은 셈이다.

최 회장 측과 영풍 측은 주주명부 폐쇄 전까지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 다툼에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전체 주식수의 1~2% 정도라는 관측이다. 양측 모두 적극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서는 만큼, 현재 지분 구도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려아연 지분율 싸움에선 영풍 측이 6%p 앞서는 상황이다. 영풍 측은 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11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1.36%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종전 38.47%에서 39.83%로 확대했다.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은 한국투자증권(지분율 0.8%),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지분율 0.7%) 등 우호 세력의 고려아연 지분 매각으로 영풍 측 지분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우호 세력을 포함하더라도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3.9% 정도라는 추산이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영풍 측보다 4~6%p 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 측 33.9% 지분율은 한화(7.75%), 현대차(5.05%), LG(1.89%) 지분을 합한 수치다. 이중 현재 중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와 LG 등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지분율 격차는 또 한번 달라질 수 있다.

◆최윤범 회장 측, 국민연금 지지 받아낼까
결국 최 회장 측이 영풍 측을 상대로 한 고려아연 임시 주총 표 대결에서는 지분율 7.48%(9월 말 기준)의 국민연금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진단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식 상당수를 매각해 현재 고려아연 지분 4~5%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수준의 지분율이라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수익성, 공공성, 지속 가능성 등을 기금 운용 원칙으로 내세운다. 단순 수익성뿐 아니라 공익적인 측면도 고려해 기금을 운용한다는 얘기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향후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요 잣대로 삼아 경영권 분쟁 주체 중 어느 한 쪽 지지 입장을 밝힐 수 있다.

그동안 최 회장 측은 영풍 측 행보를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규정하며, 국가 기간산업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영풍 측의 이번 경영권 공격이 국내 산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철금속 산업의 공공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게 최 회장 측이 국민연금 지지를 끌어내려는 포인트다.

최 회장 측은 전날에는 전체 임직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 결과 임직원 응답자의 72.8%가 영풍 측의 적대적 M&A에 대해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측이 영풍 측과의 표 대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면 국민연금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며 "국민연금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최 회장 측을 지지할 지, 아니면 사모펀드인 MBK가 포함된 영풍 측 손을 들어줄 지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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