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상법 개정, '교각살우'…증시 저평가, 지배구조 때문만 아냐"

기사등록 2024/11/21 10:10:04 최종수정 2024/11/21 10:14:16

한경협 '경제 재도약 위한 주요 기업 상장단 긴급 성명'

"종기 치료하려 팔다리 자르는 꼴…진단과 처방도 잘못"

"소송 남발 우려·이사 구인난에 이사회 운영 어렵게 될 것"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과 주요 그룹 사장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21.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김창법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상근부회장은 21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살해한다는 뜻)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제계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한 뒤 질의응답을 통해 "국내 증시 부진 문제를 이사 충실 의무 확대를 포함한 상법 의무 확대를 포함한 상법 개정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상법 개정안 관련 3대 논란 중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관련 "주주는 굉장히 다양하고, 그 중에는 투기 자본도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주주의 의견을 균등하게 반영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 "사외이사들의 경우는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제대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사외이사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사들의 경영 판단이 지체되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기업의 성장 잠재력은 더욱더 떨어지는 예기치 않은 부정적 결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소수주주의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공감한다"면서도 "종기가 생기면 환부에 대해서만 치료하는 것이 옳지, 팔다리 전체에 메스를 대는 것은 잘못이다. 제도를 개선 방향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조 개편 합병이나 분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자본시장법상의 구체적으로 사안별로 핀셋형으로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기업들이 상법 개정이라는 특정한 입법 사안을 놓고 이렇게까지 호소를 해야할 정도로 시급한 문제인지, 그동안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안이 없었기 때문에 증시가 이렇게 트럼프 랠리조차도 비켜갈 정도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왜 이 시점에서 이렇게 16대 그룹의 사장들이 모여서 호소문을 낭독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다들 돌아봐 주셨으면 하는 그런 간절함이 있다"며 "내주에 민주당 증시 활성화 TF에서 대한 상임위를 중심으로 해서 경제단체와 주요 기업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거라고 하니 충분히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경협은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발표에는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박승희 삼성 사장, 이형희 SK 위원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차동석 LG 사장 등 16개 그룹 사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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