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부업"…'카이스트 모델' 허성범의 진짜 꿈은?[인터뷰①]

기사등록 2024/11/01 07:30:00 최종수정 2024/11/01 16:55:03

카이스트에서 AI 연구하는 온라인스타 '허성범' 인터뷰

"방송·유튜브 활동은 우연한 행운…기회 와서 잡았다"

"그래도 학업이 우선…서른 넘으면 본업으로 복귀해야"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 되라는 母 말씀 마음속에 새겨"

"나만의 브랜드 만드는게 꿈…AI 이용한 콘텐츠도 구상"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카이스트 출신 크리에이터 허성범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0.2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허나우 리포터 = "본인의 외모가 1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세요?" "5점?"

지난해 8월 화제가 됐던 한 길거리 인터뷰 영상 속 질문과 답변 장면이다. 답변자는 카이스트(KAIST) 재학생이라는 배경 뿐만 아니라 수려한 외모와 재치 있는 말솜씨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교내 모델 동아리 활동을 하며 촬영한 사진을 올리기 위해 만들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방문자가 쇄도했다.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거쳐 현재는 인공지능(AI) 대학원에 재학 중인 허성범(24). 그는 이제 '얼굴 천재' '뇌섹남' '카이스트 모델'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유명인이 됐다.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여러 콘텐츠에서 모시고 싶어하는 '귀한 몸'이다. 공부 방법, 외모 관리법, 수학 실력, 연애 경력 등 다양한 면모들이 영상으로 제작돼 온라인 상에 확산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허성범 (horang)'도 개설했는데, 1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구독자 20만명을 모았다. 지난해 수능을 앞둔 수험생을 위해 올린 '카이스트 공대생 출신 모델이 풀어주는 수학 풀이'는 30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였다.

쿠팡플레이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 '대학 전쟁',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 오는 11월 15일 첫 공개될 웨이브 서바이벌 '피의 게임 3'까지 출연하며 방송에서도 활약 중이다.

허성범은 자신을 '도전적인 사람'이라 말한다. '초끈'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만물이 머리끈 같은 '초끈'으로 이뤄져있듯이 다양한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고 싶다는 설명이다. 우연히 행운처럼 찾아온 기회를 붙잡았고, 더 큰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방송이나 크리에이터 활동은 '부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본업은 현재 연구하고 있는 AI다. 미래에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자신의 재능이 사용되길 희망한다.

방송에서 그려진 허성범의 이미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차가운 도시 남자'나 '엄친아'에 가까웠다. 하지만 실제 대화를 나눠본 그는 다정하고 따뜻한, 그리고 목표와 지향점이 분명한 20대 청년이었다.

인생 최종 목표를 자신만의 '브랜드 설립'과 '마을 만들기'라고 당당하게 밝힌 허성범, 유난히 꿈에 관해 이야기할 때엔 눈빛이 반짝거렸다.

튜브가이드는 지난 25일 소속사인 뉴위 강남 사옥에서 허성범을 만나 방송·크리에이터 활동과 학업,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AI 연구에 방송·유튜버까지…쉴 틈이 없는 허성범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카이스트 출신 크리에이터 허성범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0.25. scchoo@newsis.com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AI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허성범이라고 합니다."

-현재 정확한 직업은 어떻게 되시나요?

"직업은 대학원생입니다. 방송 출연이나 유튜브 출연 등의 다양한 일은 사실상 '부업'에 가깝죠."

-공부가 좋아서 대학원을 결정했다고 밝혔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영상에서 제가 그렇게 말했나요? (웃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에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공부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제가 어릴 때 많은 도전을 해봤어요. 실제로 친구들과 사업 관련 스타트업도 해봤는데 자신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아직 학부 졸업 지식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더 깊은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죠."

-원래 AI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워낙 AI가 붐이기도 했고 인공지능 자체가 미래의 먹거리인 게 눈에 보여서 선택한 것도 있습니다. 흥미에도 맞고요."

-스타트업은 언제, 어떤 분야였나요?

"코로나(2020년) 때 했습니다. 제 대학 관련 분야인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였습니다."

-현재 공부하고 있는 AI 연구 분야가 크리에이터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도움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잘 못하는 분야라서 콘텐츠로도 승화될 수 있으니깐요."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아틀리에'처럼 모여 AI로 예술을 해보려고 해요. 미술 작품, 감상(전시)을 AI와 접목해 웹에서 콘텐츠 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AI 대학원생이니깐 할 수 있는 분야잖아요."

-정확한 기간이나 현재까지 나온 작업물은요?

"아직 진행 중이고 언제 나올진 모르겠어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활동, 기회가 와서 잡은 것"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카이스트 출신 크리에이터 허성범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10.25. scchoo@newsis.com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 (카이스트 내) 모델 동아리가 있었어요. 패션모델 쪽은 아니고, 학교 홍보 모델에 가까운 동아리였습니다."

"동아리 활동 중 카메라에 찍히면서 '내 젊은 날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구나…' 깨달았죠. 작업물 게시를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간단히 만들었습니다. 알고리즘의 수혜라고 할까요? 알고리즘을 타는 일이 몇 번 반복되며 몸집이 커졌습니다. 그때부터 인스타와 유튜브, 방송을 함께했습니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세렌디피티(우연한 행운)라고 하셨어요. 단지 우연한 행운이었는지, 행운을 잡기 위해 노력했던 건지 궁금합니다.

"모두에게는 수많은 행운과 성공의 기회가 온다고 생각해요. 기회를 알아보는 것과 그것을 붙잡고 한 걸음씩 올라가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능력인 것 같습니다."

"저는 본래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거든요. 어떤 순간이 오면 제가 상상했던 스토리가 현실이 될 기회일 수 있겠다 싶어요. 그럼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계산해서 움직이는 것도 있어요. 또 오는 기회를 모두 다 잡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사다리처럼 큼직한 거 하나씩만 잡고 올라가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스트 유 길거리 캐스팅' 영상은 조회수 477만 회를 기록했어요. 잘 되실 줄 아셨나요?

"전혀 몰랐어요. 어떻게 보면 '캐스트 유 영상'이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에요. 사실 그 영상은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영상이 언제 게재되는지도 몰랐거든요. 영상 촬영 당시 '서바이벌 대학 전쟁' 촬영 중이었어요. 촬영 다 끝나고 자정쯤 휴대전화에 불이 나고 있는 거예요. 그 영상 본 친구들이 연락을 해온 거였어요. 그런 게 다 감사하죠. 이거야말로 우연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캐스트 유는 섭외를 받고 출연하신 건가요?

"지금 시스템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촬영할 때만 해도 아는 작가님이 채널을 하고 계셨어요. '지나가는 김에 한 번 들려라'고 하셔서, 우연히 촬영한 거였어요. 사전 질문도 몰랐는데 대뜸 '얼굴 1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냐'고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촬영하면서도 '이런 걸 왜 물어보지? 뭐지?' 이런 생각으로 진행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준비도 못 한 상태라 더 솔직하게 임했고, 솔직한 제 모습이 비쳐서 많은 분께 와닿았던 게 아닐까 싶어요."

-크리에이터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있던 영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게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제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느껴요. 많이 배우고, 그런 과정이 또 너무 재밌고요."


◆방송은 단발적인 직업?…"때가 되면 내 길 찾아 나설 것"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카이스트 출신 크리에이터 허성범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10.25. scchoo@newsis.com

-유튜브, 인스타그램 활동 외에도 타 방송이나 매체에 출연하는 이유는요?


"인스타그램은 단편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면 방송은 그 사람의 복합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방송 출연도 하고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고 있습니다."

-방송 활동은 계속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원래 도전적인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데 방송도 하나의 도전인 거죠. 어떻게 보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도전욕을 불러일으키고… 영향력이라는 게, TV 매체가 파워풀하니까 방송 출연해서 제 생각을 전하면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생각을 파급력 있게 전하고 싶으신지?

"저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전이 재미있다고 느끼거든요. 수학도 사랑스러운 학문이에요. 수학이 엄청 재미있거든요. 또 나라가 더 이공계에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런 제 생각들을 TV에 출연해서 말하게 된다면 말의 힘이 세지게 되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 '배우 반상회'에 출연하셨어요. 혹시 배우 쪽도 희망하시나요?

"그때도 우연히 섭외가 왔어요. '류승수' 배우님이 나오셔서 출연한 거였거든요. 원래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던 시청자였기 때문에 흔쾌히 출연한 거지, 연기의 뜻은 아니었어요"

-만약 본인에게 배우 섭외가 들어온다면요?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게 일(크리에이터)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좋은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준비가 되고 제게 좋은 작품이 올 때 (배우 일을) 하고 싶어요."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 되고파"

-현재 방송 활동과 학업 병행을 함께하고 계시는데, 힘들진 않으신가요?

"저는 태생이 엄청 게으른 사람이에요. 사실은 일을 많이 미루는 편인데,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상황이 저에게는 굉장히 벅차요. 요즘은 거의 못 쉽니다. 거의 쉴 때는 논문 읽거나 연구해야 해서…"

-일과 학업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요?

"학업을 고르겠습니다. 기술직이잖아요. (웃음)"

"그런 간단한 이유도 있고, (방송) 일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건 사랑스러운 일이지만 과연 내가 이 일을 엄청나게 오래 했을 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요. 솔직하게. 오히려 단발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때가 되면 어쨌든 마무리해야 할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5년에서 10년 정도 아닐까… 정확하게 정해놓은 건 아닌데, 서른 넘어서는 적어도 제가 원래 하고자 했던 본업으로 복귀할 마음이 커요."

-대학원과 크리에이터 생활을 가족들이 지지해 주시는 편인가요?

"너무 감사하게도 지지는 다 해주시지만, 이번 명절 때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어머니는 저를 공들여 키우셨대요. 어렸을 때부터 제가 비상하다는 걸 키우면서 아셨고, 좀 더 사회에 좋은 기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엄격하게 키우셨는데, 지금은 너무 딴 곳에 눈을 오래 돌리고 있는 것 같다고… '너만 할 수 있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걸 찾아보면 어때?'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니 말씀을 마음에 새겼어요. 지금 방송 일도 너무 가치 있는 일이지만, 언젠가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도약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본인의 인기 요인이 외모인 것 같나요, 학벌인 것 같나요?

"이런 부류의 토크를 막 달가워하지는 않는데, 친구들이 저 대신에 이야기하든요. '쟤가 왜 잘 됐을까?' 이렇게요."

"결론은 두 영역 모든 영역에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카이스트 집단 사람들에게서 제 학벌은 평범하지만 '끼' 있는 사람은 드물 수 있으니까요. 또 방송 업계랑 크리에이터 신에서는 대학원까지 진학한 사람이 흔치 않으니까. 그런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양쪽 도메인(영역)에서 서로 교차로 어필될 수 있어서 시너지 났던 게 아닐까. 제 친구들이 분석해 준 것입니다."

-방송 출연은 '두뇌 서바이벌' 쪽에 비중을 두고 계시나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요즘엔 섭외가 폭넓게 오는 것 같아서 두뇌 쪽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왜냐하면 아직 저를 보여드린 방향성이 '두뇌' 아니면 '반반한 얼굴', 두 가지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른 매력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출연을 희망하는 프로그램 있으신가요?

"탐나는 자리는 있어요. tvN의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MC 자리요. 지식 교류하며 선생님들 말씀 들을 수 있는 자체로 즐거울 것 같아요. MC가 안 된다면 조연출이라도 현장에 함께 있고 싶어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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